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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 故 구하라 추모…“저를 응원하지 말아주세요,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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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 故 구하라 추모…“저를 응원하지 말아주세요, 명복을 빕니다”

입력
2019.11.2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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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이 故 구하라의 비보에 애도의 뜻을 전했다. 허지웅, 구하라 SNS
허지웅이 故 구하라의 비보에 애도의 뜻을 전했다. 허지웅, 구하라 SNS

허지웅이 고(故) 구하라의 비보에 애도의 뜻을 전했다.

허지웅은 지난 24일 자신의 SNS에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자신의 것으로 보이는 데스크톱 사진과 함께 공개된 해당 글에서 허지웅은 “세 번째 항암치료를 하고 나흘째 되는 날 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손이 부어서 물건을 집을 수 없고 손발 끝에선 더 이상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거울 속엔 다른 사람이 있었고 하루 종일 구역질을 하다가 화장실로 가는 길은 너무 높고 가파랐다”며 “살기 위해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알약 스물 여덟 알을 억지로 삼키다 보면 웃음이 나왔다”며 과거 악성 림프종으로 투병했을 당시의 자신의 상태에 대해 회상했다.

이어 그는 “나는 이제 내가 정말 살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다. 오늘 밤은 제발 덜 아프기를 닥치는 대로 아무에게나 빌며, 침대에 누우면 천장이 조금씩 내려앉았다. 나는 천장이 끝까지 내려와 내가 완전히 사라지는 상상을 했다”며 “그러면 기뻤다. 아픈 걸 참지 말고 그냥 입원을 할까.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병동에서는, 옆자리에서 사람이 죽어간다. 사람의 죽음에는 드라마가 없다. 더디고 부잡스럽고 무미건조하다”며 투병으로 인해 힘들었던 심경을 털어놨다.

허지웅은 “가장 어둡고 깊었던 그 밤을 버티고 몇 개월이 지났다. 놀랍게도 아프기 전보다 훨씬 건강하다. 얼마 전 그런 생각을 했다. 가장 힘들었던 그날 밤을 버티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나는 왜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옆에 있어달라고 말하지 못했나. 말했다면 그 밤이 그렇게까지 깊고 위태로웠을까”라며 “나는 언제나 뭐든 혼자 힘으로 고아처럼 살아남아 버텼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왔다. 그러나 나는 동시에 누구에게도 도와달라는 말을 할 수 없는 멍청이가 되고 말았다”고 털어놨다.

또 “그런 인간은 도무지 아무 짝에도 쓸 데가 없는 것이다. 그런 인간은 오래 버틸 수 없다. 오래 버티지 못한다면, 삶으로 증명해내고 싶은 것이 있어도 증명해낼 수 없다”며 “나는 행복이 뭔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매대 위에 보기 좋게 진열해놓은 근사한 사진과 말 잔치가 행복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아마 행복이라는 건 삶을 통해 스스로에게 증명해나가는 어떤 것일 테다. 망했는데, 라고 생각하고 있을 오늘 밤의 아이들에게 도움을 청할 줄 아는 사람다운 사람의 모습으로 말해주고 싶다. 망하려면 아직 멀었다”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와 더불어 허지웅은 추신을 덧붙이며 “저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아요. 필요 이상으로 건강합니다. 그러니까 저를 응원하지 말아주세요”라고 당부한 뒤 “대신 주변에 한줌 디딜 곳을 찾지 못해 절망하고 있을 청년들을 돌봐주세요. 끝이 아니라고 전해주세요. 구하라님의 명복을 빕니다”라며 구하라를 위한 추모의 뜻과 함께 청년들을 향한 응원을 전했다.

한편,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구하라는 전날 오후 6시 9분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재 경찰은 자세한 사항을 조사 중이다.

당초 비공개 장례에 대한 뜻을 밝혔던 구하라 측은 25일 “많은 분들께 비보를 전하게 되어 애통한 마음이 크다. 유가족 분들의 뜻에 따라, 장례를 조용히 치르길 원해 별도의 조문 장소를 다음과 같이 마련했다”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서 25일 오후 3시부터 27일 밤 12시(자정)까지 팬 여러분과 언론 관계자 분들의 조문이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다만 발인을 비롯한 모든 장례 절차는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구하라 측은 “고인이 마지막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유족과 함께 비공개로 진행되는 강남세브란스병원에는 방문 및 취재를 삼가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 드린다. 다시 한번 깊은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고 전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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