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세상을 떠난 가수 구하라는 그룹 카라 멤버로 큰 사랑을 받았고, 최근에는 솔로로 전향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했다. 2007년 데뷔한 카라는 원더걸스, 소녀시대와 함께 200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가요계를 삼등분 한 2세대 걸그룹 대표주자다. 구하라는 2008년 카라 원년 멤버인 김성희가 탈퇴한 뒤 강지영과 함께 새 멤버로 합류했다.
데뷔 초기 카라는 같은 시기 활동한 원더걸스나 소녀시대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았지만, 예능프로그램 MC와 리포터, 게스트 등으로 출연하며 친근한 매력으로 대중에게 다가갔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모습에 생계형 아이돌, 성장형 아이돌이라 불리기 했다. 구하라는 카라 멤버 중에서도 뛰어난 예능 감각과 운동 능력으로 눈길을 끌어 그룹의 인지도를 높였다. 명절 특집 프로그램에서 달리기 시합을 하는 모습에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 이름을 빗댄 ‘구사인 볼트’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후 KBS ‘청춘불패’에 고정출연하며 털털하고 엉뚱한 매력으로 인기를 얻었다.
데뷔 초기 ‘록 유’ ‘프리티 걸’ ‘허니’ 등 풋풋하고 발랄한 소녀 느낌을 담은 노래로 활동했던 카라는 2009년 발표한 노래 ‘미스터’와 강렬하면서도 세련된 엉덩이춤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일본에서도 한류스타 반열에 오르게 된다. 발표하는 앨범마다 오리콘 주간 차트 상위권에 올랐고, 카라가 주인공인 일본 드라마 ‘우라카라’가 방영되기도 했다. 일본 연말 대표 프로그램인 홍백가합전에도 초대받았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했던 카라는 2014년 강지영과 정니콜이 탈퇴하고, 2016년 구하라, 박규리, 한승연이 소속사와 전속계약이 끝나면서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구하라는 2016년 배우 전문 소속사와 계약하며 솔로 활동을 했으나, 이전만큼 활발히 활동하지는 못했다. 2018년에는 전 남자친구와 결별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불거져 법정 다툼을 벌여야 했고, 올해 5월에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매니저에게 발견돼 다행히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에프엑스 출신 설리가 세상을 떠나는 충격적인 일도 겪었다. 일본 체류 중에 올린 추모 영상에서 구하라는 “그곳에 가서 정말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잘 지내. 언니게 네 몫까지 열심히 살게”라며 눈물을 쏟았다. 팬들이 걱정하자 “저 괜찮다. 설리와 진짜 친언니 동생 같은 사이였기 때문에 이렇게나마 대신 설리에게 인사하고 싶어서 라이브 영상을 틀었다. 걱정하지 마라”고 다독였다.
구하라는 지난 13일 일본에서 새 싱글앨범을 발매하고 후쿠오카, 나고야, 오사카, 도쿄에서 공연을 했다. 다음에 활동할 신곡도 이미 녹음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가슴 아픈 사건들을 겪으면서도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활동했던 구하라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팬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구하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한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 등 전 세계 팬들의 애도 메시지가 올라오고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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