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도 공유경제 갈등 조짐
세계적인 공유숙박 서비스 기업 ‘에어비앤비’가 진전 없는 정부의 공유경제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에어비앤비에 대한 기존 숙박업계의 반발이 큰 상황에서, 지난해 카풀 논란에서 시작돼 올해 타다 사태로 번진 공유경제 갈등이 숙박업에서도 벌어질 조짐이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최근 공유숙박 관련 불합리한 제도와 규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음성원 에어비앤비 대변인은 “내국인과 외국인에 차별을 둔 민박 관련 법안이 존재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정부가 공유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올 1월 내놓은 법안조차 실질적인 공유경제를 실현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2014년 국내에 진출한 에어비앤비의 서비스는 개인이 가정집의 남는 공간을 손님에게 빌려주는 형태의 공유숙박업이다. 현지인 집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주는 덕에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문제는 현행법상 도시에서 내국인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면 불법이라는 데 있다. 2011년 중국 관광객이 폭증하면서 관광진흥법에 신설된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제도가 내국인의 도시 민박 이용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 대변인은 “규제 신설 당시엔 공유숙박 개념이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고객 294만명 중 69%(202만명)은 내국인이었다. 서울 송파구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한 호스트는 “외국인 비율이 높긴 하지만, 내국인 숙박도 상당한 비율”이라며 “호스트가 거부하지 않는 한 에어비앤비 차원에서 내국인 숙박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또 원룸이나 오피스텔, 주민 동의를 얻지 않은 아파트 등은 모두 민박업이 금지돼 있지만, 에어비앤비에서 이런 형태의 숙소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정부는 1월 도심 민박에 내국인 숙박을 연중 180일 이내로 허용하는 ‘공유민박업’ 제도를 만들었다. 그런데 공유민박업에 등록하려면 기존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자격을 포기해야 한다. 음 대변인은 “사실상 공유민박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농어촌 지역에선 에어비앤비의 빈집 활용이 문제되고 있다. 집 주인이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집을 대여해주는 것은 국내에선 불법이다. 음 대변인은 “농어촌 공동화는 큰 흐름이기 때문에 비어가는 집들을 활용하는 길을 터줄 필요가 있다”며 “빈집 활용을 원천 금지한 곳도 한국이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농촌의 빈집을 꾸며 관광객에게 임대하는 사업을 계획한 국내 스타트업 ‘다자요’ 역시 서비스를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택시업계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타다’와 마찬가지로 에어비앤비도 기존 숙박업계의 강력한 견제에 부딪히고 있다. 대한숙박업중앙회는 “경기 침체로 기존 숙박업체 공실률이 50~60%에 달하는 상황에서 공유숙박까지 도입되는 것은 반대”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유경제의 안전이나 자격 문제를 제기하는 것까지 기존 택시업계와 숙박업계가 판박이”라며 “타다 문제가 일단락되고 나면 공유숙박 문제가 ‘제2의 타다’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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