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독주해온 인터넷전문은행 업계 구도가 내년엔 요동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개정되면 KT가 대주주로 올라설 게 확실시되는 케이뱅크가 자본을 확충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토스뱅크가 제3인터넷은행 인가를 얻어 가세할 경우 치열한 3파전이 예상된다. 카카오뱅크는 기업공개(IPO)로 이들의 거센 추격을 따돌린다는 복안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 8개 주요 주주사 관계자들은 최근 수시로 모여 국회의 인터넷은행 특례법 처리 상황 등을 공유하며 자본확충 방안 등 향후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자본금 규모는 최소 1조원이다. 올해 초 구상했던 5,900억원 안팎의 유상증자를 이뤄낸다면 기존 자본금 5,000억원을 합해 1조1,000억원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다. 당사자인 케이뱅크는 자본 부족으로 애로를 겪고 있는 영업 정상화 준비를 일찌감치 마쳤다. 대출 영업이 재개되는 대로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등 신규 상품을 곧바로 선보일 계획이다.
관건은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완화한 인터넷은행 특례법 개정안이 얼마나 빨리 발효되느냐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이 발효되려면 정무위, 법사위, 국회 본회의를 차례로 통과하고 법률이 공포돼야 하나 여야간 대치로 본회의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KT가 금융위 승인으로 대주주에 올라 증자를 주도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다른 주주들의 증자 참여 여부도 변수다. 5,000억원대 증자가 가능하려면 주주들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주주도 있어서다. 이에 케이뱅크와 KT 등은 신규 투자자를 영입해 2대 주주를 변경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연초에는 당국의 승인이 기대되는 만큼 주주사끼리 최대한 빨리 증자 규모와 방식을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점휴업 상태인 케이뱅크가 영업을 정상화하면 카카오뱅크를 추격할 발판이 마련하게 된다. 특히 1,700만명 넘는 이동전화 가입자를 보유한 KT와 연계해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선다면 파급력이 상당할 전망이다.
제3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심사에 사실상 단독 참여한 토스도 내년엔 영업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토스가 글로벌 회계 컨설팅업체 KPMG 인터내셔널과 핀테크 벤처투자기관 H2벤처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에 3년 연속 선정될 만큼 혁신성을 갖춘 데다 약점으로 지적된 자본력과 자본안정성도 대폭 보완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주식 상장으로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린다는 계획이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7월 출범 1년을 맞아 2020년 상장 계획을 밝혔으나 이용우 대표는 이후 “IPO보다 대주주 변경 이슈가 마무리되는 게 먼저”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이 문제가 정리된 만큼 상장 작업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 22일 카카오가 대주주(지분율 34%)에 오르고 최근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마쳐 자본금이 1조8,000억원으로 불어난 카카오뱅크가 IPO까지 진행할 경우 독주 체제가 굳어질 공산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독주 체제인 인터넷은행도 케이뱅크와 토스뱅크의 거센 추격으로 치열한 3파전으로 전개될 수 있다”며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기회도 커진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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