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유보 결정을 폄훼하는 일방적인 주장을 쏟아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양국 정부가 합의한지 불과 하루만의 일이어서 향후 협상이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 제기된다. 일본은 상황을 또다시 악화시킬 의도가 아니라면 수출규제 철회 협상에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지소미아 논란이 큰 고비를 넘긴 뒤 한일 양국 정부가 각기 자국 여론을 의식해 유리한 주장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민감한 현안이고 후속 협상을 앞둔 만큼 그 내용과 수위는 조절하는 게 당연하다. 이 점에서 일본 당국자들이 자신들은 아무런 양보도 하지 않았고 한국이 미국의 압박에 굴복했다며 ‘주한미군 감축론’까지 거론한 것은 도를 한참 넘은 것이다. 특히 아베 신조 총리까지 이런 주장에 가세한 것은 일본이 잠정 중단된 지소미아 문제 해결을 포함해 악화된 한일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4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일본 측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한 것은 적절한 대응이다. 정 실장은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 정지 결정은 모두 조건부이자 잠정적”이라며 “일본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한미동맹의 무게를 감안할 때 일본 아베 내각이 자국 정치의 범위를 넘어 우리 내부의 분열을 유도하고 한미 간 갈등까지 조장하는 듯한 상황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와 별도로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아베 총리를 겨냥해 “일본의 지도자로서 과연 양심을 갖고 할 수 있는 말인지 의문”이라고 비난한 건 다소 과한 측면이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필요했다고 본다.
지금 한일 양국이 전념해야 할 일은 한시적으로 봉합된 지소미아 갈등의 재연을 막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 협상이 그 시작이다. 일본은 순조로운 협상을 위해 준비 단계에서부터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관련한 정치적 해법 찾기도 가능할 것이다. 일본이 우리 내부의 갈등을 부추기며 시간끌기로 일관한다면 우리 정부는 적잖은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밖에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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