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전체 가구 소득 중 23.3% 차지… 주택 공시가 인상에 세금 등 부담 커져
올해 3분기 저소득층의 가계소득 가운데 세금, 건강보험료, 이자 등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비(非)소비지출의 비중이 25%를 넘어 역대 최고(3분기 기준)를 기록했다. 특히 주택 공시가격 인상 영향을 재산세를 포함한 세금 납부액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 가구 중 집 한 채가 거의 전부인 노인 가구의 비율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결과적으로 저소득층 소비 여력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2인 이상)의 비소비지출은 월 평균 34만8,694원으로 이 기간 월 평균 소득(137만4,396원)의 25.4%를 차지했다. 지난해 3분기(23.3%)보다 2.1%포인트 높아진 역대 최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소득이 4.3%(5만6,828원) 늘어날 동안 비소비지출이 13.4%(4만1,321원) 급증한 영향으로, 이에 따라 이 계층의 가처분소득(소득-비소비지출) 증가율은 1.5%에 그쳤다. 정부 복지정책에 힘입어 명목상 소득이 4% 이상 개선됐다지만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2%도 채 안 늘어난 것이다.
소득 1분위 가구의 비소비지출을 항목별로 보면 소득세 재산세 자동차세 등 경상조세 증가율이 가장 컸다. 이들의 3분기 월 평균 경상조세 지출액은 7만5,907원으로 지난해 3분기(5만8,613원)보다 29.5%(1만7,294원) 늘어났는데, 이는 종전 최고액이던 6만319원(2014년 3분기)보다도 25%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결과엔 3분기가 재산세 납부 기간이라는 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득 1분위 가구는 근로자 가구는 30%에도 못 미치는 반면 자가 주택을 소유한 노인 가구가 많은데, 공시지가 인상으로 올해 재산세가 늘어난 효과가 비소비지출 증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 가구는 건보료 등 사회보험료도 예년보다 많이 냈다. 3분기 사회보험료 지출액은 4만1,243원으로, 전년동기 대비보다 3,332원(8.8%) 늘었다. 이 역시 공시가격 인상이 건보 지역가입자의 보험료에 일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구간 이전지출은 17.2%(1만6,206원) 늘어난 11만584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부모 용돈 지급 등이 많은 추석 연휴가 올해 9월에 있었던 영향이다.
다른 가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3분기 각 소득분위별 비소비지출 비중은 △2분위 20.8% △3분위 22.2% △4분위 22.0% △5분위 25.1%로 모두 3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가구의 비소비지출 비중(23.3%)으로도 역대 3분기 중 최고였다.
전체 가구의 비소비지출 증가액(7만3,186원) 중엔 재산세를 포함한 경상조세가 43.9%(3만2,106원)을 차지했다. 부동산 관련 세금 인상이 민간소비 전반에 위축 요인이 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고소득 계층인 소득 5분위 가구는 경상조세가 전년동기 대비 9.0% 늘었고, 증가액(6만5,148원)도 전체 비소비지출 증가액(13만2,664원)의 절반에 달했다. 이들 가구는 비경상조세(양도소득세ㆍ취등록세 등)와 이자비용도 전년 대비 각각 76.6%(8,464원)와 15.7%(2만9,465원) 늘어 부동산 규제 강화가 소비 여력 축소와 직결되는 양상을 보였다. 소득 5분위 가구의 3분기 가처분소득은 1년 전보다 되레 감소(-0.9%)하기도 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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