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中 외교도 한중일 회의 조율 위해 방한할 듯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장관은 23일 다음달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조율하기로 합의했다.
강 장관은 이날 나고야(名古屋)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 직후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논의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 사안도 회담에서 나와 서로 회담이 가능할 수 있도록 조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달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지난해 9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양국 정상 간 공식 회담이 열리는 셈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담은 당초 15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약 35분간 진행됐다. 강 장관은 회담이 예상보다 길어진 이유에 대해 “모테기 장관과 두 번째 만남이다. 상당히 진지한 면담이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협의를 통해 수출 규제 조치가 철회돼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선 정상회담과 일본의 수출 규제 철회 외에 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북한 정세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선 정상회담 조율 외에 강제동원 배상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외무성에 따르면 모테기 장관은 “만약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압류자산에 대한) 현금화가 진행된다면 일한관계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 된다”며 한국에 ‘국제법 위반 상황 해소’라는 자국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24일 “강 장관은 미소를 보였지만 모테기 장관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며 “강제동원 배상문제에 대한 전망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날 한일 장관의 회담 후 “한일 양국이 내달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일본 외무부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강 장관은 이날 존 설리번 미 국무부 부장관과의 면담에서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설리번 부장관은 한일 양국이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한 것을 환영하면서 미국도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또 협상 중인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 한미 현안에 대해서도 호혜적인 해결을 위해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한중일 정상회의 조율을 위해 내달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왕 위원은 한국을 찾아 정상회의 의제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일정 등을 놓고 강 장관과 논의할 예정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