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 연기에 대한 미국 전문가 평가]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에 대해 미국 씽크탱크 전문가들은 일제히 “한국 정부가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입을 모으며 한일 관계 개선의 중요한 첫걸음으로 평가했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 정부가 일본을 압박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됐고, 일본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와의 ‘치킨게임’에서 패배했다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한미 동맹의 위기 국면 앞에서 다행히 ‘급한 불’을 껐다는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확대 압박이나 일본 정부의 다음 행보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뉘앙스를 남겼다. 더불어 미국 정부가 한일 갈등을 완화하고 더 이상 안보와 관련해 양국의 시각이 갈라서는 일이 없도록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주문도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24일(현지시간) 4명의 워싱턴 동북아 전문가들로부터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와 관련해 내린 결정의 의미와 한일 관계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
한국 정부가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 인위적인 데드라인에 쫓기기보다 이 문제를 다룰 필요한 시간을 확보했으며 목적 달성에 필요한 목표와 조건을 분명히 함으로써 레버리지를 얻었다고 본다. 한국 정부는 일본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한일 현안에 접근할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조치 등을 철회토록 압박하는 효과를 낳은 것이다. 아울러 한미 동맹관계에도 주요한 장애물을 없앴다. 미국은 한일 안보 관계를 갈라놓고 한일 중 어느 한쪽을 택하도록 하는 시도들을 물리치고 한일의 시각을 함께 묶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브루크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
한일 정부가 미래지향적인 신중한 외교를 수행해나가는 기회를 제공한 환영할 뉴스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감정 보다 국가 안보를 우선했다는 점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문 대통령은 한일관계 악화의 벼랑에서 처음으로 물러서는 중요한 조치를 취했다. 도쿄는 수출 통제와 관련해 서울과 정책 대화를 가질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단지 대화 참가를 넘어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 수출 규제에 대한 일본의 설명은 이치에 맞지 않고 명백히 역사 이슈에 대한 대응이었다. 트럼프 정부는 뒤늦고 거친 방식이긴 했으나 서울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은 평가 받을 만하다. 트럼프 정부는 아울러 서울과 도쿄에 400~500%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데서도 물러서야 한다.
◇브래드 글로서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포럼 국장
이번 조치가 영구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매우 좋은 소식이다. 서울이 지소미아의 가치를 인식한 신호다. 서울이 이 협정 유지에 무게를 두고 이를 보존하기 위한 조치를 기꺼이 취할 의향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본다. 일본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며 그럴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국도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헌신과 진정성을 보여줘야만 한다. 궁극적인 합의는 한일간 역사적 문제를 다뤄야만 할 것이다. 그 과정은 한국이 1965년 협정을 유효한 것으로 수용한 데서 시작한다. 서울이 그런 조치를 취하고 기꺼이 한일관계 개선에 정치적 자산을 투여한다면 일본이 상응조치를 취해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셀레스트 애링턴 조지워싱턴대 교수
문재인 정부가 국가안보에 대한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다만 문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 조치가 철회되지 않으면 지소미아를 종료할 것이라고 확고하게 얘기했는데 일본은 아직 이를 철회하지 않았다. 문 정부가 치킨 게임에서 진 것처럼 보인다. 일본이 이 큰 양보에 대한 대가로 무엇을 양보한 것인지 궁금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한국과 일본 기업의 자발적 기금을 고려하는 데 열려 있다는 보도를 봤는데 만약 그렇다면 일본의 양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양보도 없다면 서울은 잘못된 조언으로 불필요한 실랑이를 벌인 패배자가 될 것이다. 자발적 기금 아이디어는 1965년 협정을 재확인하면서 유연성을 열어놓는 진전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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