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미국이 매우 강경했기 때문에 한국이 물러났다는 이야기다.”
지난 22일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유예를 결정한 직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주변에 이같이 말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이는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에 대한 일본 정부와 언론들의 시각을 대변한다.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와 지소미아는 별개 사안”이라는 자국 입장을 미국에 이해시켰고, 이후 미국이 한국을 압박하면서 일본의 규제 철회 없이 ‘지소미아 유지’라는 성과를 거뒀다고 여론전에 나선 모양새다.
전날 요미우리(讀賣)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일까지만 해도 한국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어 “지소미아 종료가 불가피하다”는 방침을 세웠다. 상황이 반전된 건 21일 한국이 일본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중단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꺾였다”고 판단, 수출 규제를 지속하면서 양국 간 국장급 대화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극우성향 산케이(産經)신문은 23일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거의 이쪽(일본)의 퍼펙트게임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른 일본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총리 편에 서 있다’고 한국에 전달했다”고 밝혔고, 외무성 관계자는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얼마나 한국의 대응이 이상한지 설명해 왔다”고 밝혔다. 미국에 대한 일본의 사전정지 작업으로 미국의 압력이 한국에만 가해졌다는 주장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24일 “지난 18~19일 미국을 방문했던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설득할 수 있었던 이는 매튜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부보좌관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주한미군의 일부 축소까지 거론했고, 김 차장은 21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해 이러한 미국의 강경한 입장을 전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21일 저녁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통화하면서 최종 설득에 나섰다는 것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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