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가 내년 2월부터 장애 학생에 한해 졸업요건 중 외국어 인증시험 절차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장애 학생들이 외국어 인증 시험을 보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24일 고려대에 따르면, 고려대는 최근 졸업요건을 개정해 내년 2월 졸업 대상자 중 장애 학생에 한해 외국어 인증 시험을 면제하기로 했다.
고려대는 졸업요건으로 최소 이수학점, 한자이해능력인증, 외국어 강의 이수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특히 토익(TOEIC)ㆍ토플(TOEFL) 등 공인외국어 시험 점수를 요구한다. 토익의 경우 학과별로 700~870점 이상의 성적표를 제출해야 한다.
이번에 고려대가 학칙을 개정한 이유는 ‘일부 장애 학생들의 경우 외국어 시험 자체를 치르기가 매우 어렵다’는 지적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올해 8월 졸업 예정이던 한 청각장애 학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청각장애인은 듣기평가(LC)를 응시할 수 없다 보니 항상 읽기평가(RC)만 응시했다”며 “국가직 공무원은 중증 청각장애인에 대해 RC를 350점만 넘겨도 응시가 가능하도록 하는데 학교 측은 이러한 대체 방안을 고려해 주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 학생은 토익 RC에만 응시, 495점 만점에 430점을 받았다. LC 점수가 없으면 RC 만점을 받아도 해당 학과가 요구하는 졸업 요건 성적인 750점을 넘을 수 없는 셈이다. 학교에 이런 사정을 설명하니 “매년 계절학기에 열리는 ‘졸업 요구조건 대체영어’라는 2학점 강의를 수강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당시 이런 소식을 접한 이한상 총무처장은 고려대 대나무숲 페이스북에 “알려 주신 사항을 학생처장, 교무처장에게 전했으며, 교무처장을 통해 ‘규정을 바꾸거나 만들어서라도 인정해야 할 것 같다’는 답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해당 학생의 사연을 전해 듣고 이런 문제를 접해 이번에 학칙을 개정하게 됐다”며 “청각장애 학생뿐 아니라 다른 장애 학생들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