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되자 방역작업을 담당하는 수도권의 한 사업장은 주52시간 근로시간제(이하 주52시간제)의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를 고용노동부에 신청했다. 이후 이 사업장은 고용부 인가를 받아 연말까지 2개월 동안 주52시간 근무 외에 연장근로 30시간을 추가해 일할 수 있게 됐다. 최장 주82시간 근무가 가능해진 것이다.
내년부터 중소기업(50~299인)으로 주52시간제가 확대 시행된다. 정부가 중소기업 현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보완책으로 자연재해ㆍ재난 등에 한정됐던 특별연장근로 인가 허용 요건 확대를 검토하는 가운데, 주52시간제 예외 적용을 늘려갈수록 업무량이 급증된 노동자의 건강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접수된 특별연장근로 신청은 모두 826건이었고 이 중 787건(95.3%)이 인가를 받았다. 특별연장근로는 자연재해나 재난 등 ‘특별한 사정’이 생긴 사업장이 노동자 동의와 고용부 인가를 받아 일정 기간 연장근로시간의 법정 한도(주12시간)를 넘을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소정근로시간(주40시간)에 연장근로를 합해 주52시간을 넘어도 근로시간 제한의 예외를 허용하는 것이다.
고용부는 특별연장근로 기간과 연장근로시간을 사업장의 신청을 개별적으로 검토한 후 필요한 만큼만 쓰도록 조정해 인가하고 있다. 올해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례를 보면, 한 사업장은 지난달 제18호 태풍 ‘미탁’에 대비한 비상 근무를 위해 5일 동안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받았다. 기간은 짧았지만, 주52시간을 초과해 사용 가능한 연장근로가 50시간이나 돼 최장 주102시간의 노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른 사업장은 지난 9월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인 ‘에칭 가스’ 국산화를 위한 테스트 등의 작업을 이유로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받아 2개월 동안 최장 주68시간의 노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고용부는 특별연장근로 기간이 긴 사업장에 대해서는 노동자에게 충분한 휴가나 휴식 시간을 부여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부가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확대해달라는 경영계 요구를 받아들여 일시적인 업무 증가 같은 ‘경영상 사유’도 인가 요건에 포함하게 되면, 경영상 사유의 개념이 모호해 특별연장근로 사용이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용득 의원은 “재해와 재난 등 특별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에만 써온 특별연장근로를 경영상 사유로도 쓸 수 있게 되면 남용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인가를 받은 경우에는 노동자 건강권 보호 장치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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