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로스앤젤레스(LA) 오토쇼에 다임러AG, BMW그룹, 폭스바겐AG 등 독일 완성차 업체들의 고위 임원들이 직접 참석해 미국에 대한 투자와 고용에 대해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를 메길지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는 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니콜라스 스픽스 메르세데스-벤츠 미국 법인장은 현지시간 20일 미국 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LA오토쇼’ 프레스데이에서 화면에 성조기를 띠우고 “미국에 축복이 가득하길(God bless you, god bless America)”이라며 미국에 대한 친밀함을 강조했다.
벤츠는 이번 모터쇼에서 첫 번째 순수 전기차 ‘EQC’를 미국 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판매 가격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저렴한 6만7,900달러로 책정하며 판매 의지를 나타냈다. 벤츠 측은 EQC에 대한 제품 설명과 함께 벤츠의 미국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
스픽스 법인장은 “벤츠 첫 번째 순수 전기차 EQC를 7만 달러 이하로 책정하고, 미국에서 앞으로 전동화 모델에 대한 판매 계획을 원활히 진행할 것”이라며 “미국 고객들은 메르세데스-미 차지 충전소 인프라를 활용하면 충전에 대한 불편함 없이 EQC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MW 역시 프리젠테이션 전반에 있어 미국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베른하르트 쿤트 BMW 북미 법인장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위치한 스파르탄버그 공장은 BMW 공장 중 최대 규모이며 연간 45만대를 생산하고 있으며, 하루 생산량도 1500대를 상회한다”며 “우리는 미국 시장에서 1만1,000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고, 미국에서 미래에 대해 더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도 이날 전기 콘셉트카 ‘I.D.스페이스’를 소개하면서 미국에 대한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스캇 키언 폭스바겐 북미법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전동화, SUV 등 새로운 포트폴리오 정립을 위해 37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특히 미국에서만 8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1,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언 CEO 발언이 끝나자 청중들로부터 박수가 터져나왔다. 같은 그룹 인 포르셰 역시 미국이 스포카 ‘911’의 가장 큰 시장이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LA오토쇼는 지역 딜러를 위한 쇼에서 시작해서 이제는 위상이 높아졌지만, 독일차 업계 고위 임원들이 직접 현장을 찾을 만큼 큰 행사는 아니다”며 “이처럼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친미(親美)’적인 발언을 이어가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미국 상무부는 수입산 차량 및 부품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보고를 받은 이후 ‘무역확장법 232조’를 토대로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데드라인으로 알려졌던 지난 13일을 넘기면서 232조에 근거해 관세를 부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더욱 강력한 ‘슈퍼 301조’를 근거로 유럽연합(EU)을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한국차 업체들은 ‘눈치’보다는 신차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현대차가 미국에서 4억1,000만달러 투자와 1,200명 추가 고용에 대한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또 미국에 모빌리티 전문 기업 ‘모션 랩’도 LA시와 함께 설립했다. 이와 같은 투자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과제’를 해소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차 업체들은 중립을 유지하면서도 미국에 대한 중요성도 일부 언급했다. 현재 미국과 무역협정을 진행 중이지만, 관세 철폐가 빠져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LA=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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