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측 “현지 공장서 로고 가리고 납품…전량 폐기”
국산 의류브랜드의 택(상표 꼬리표)을 뜯으니 유니클로 로고가 나왔다는 한 유튜버의 폭로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의류브랜드는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사과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들지 않고 있다.
논란은 20일 한 유튜버가 편집샵 엠플레이그라운드에서 구매한 옷의 택을 제거하니 유니클로 로고가 나와 매장에 문제제기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의류 택이 덧붙여진 것은 물론 원래 있던 세탁 라벨까지 제거됐다는 내용이다.
해당 유튜버는 “유니클로의 압력이 있었던 건지, 단순히 이 업체가 독자적으로 벌인 일인지 세부 사정은 이해 당사자만 알 수 있지만, 소비자를 속여 가면서까지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는 행태가 안타까울 뿐이다. 양심을 버리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되묻고 싶다”고 분노했다.
논란이 커지자 엠플레이그라운드는 21일 자사 홈페이지에 여러 개의 사과문을 내걸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판촉행사를 위해 지난달 베트남 공장에서 제품 라벨이 ‘메이드 인 베트남’으로 표기돼 있는 옷 3만장을 수입했는데, 소비자 제보로 뒤늦게 유니클로 로고가 가려져있는 걸 확인했다는 내용이다.
엠플레이그라운드 측은 “수입한 공장에 문의한 결과 유니클로가 어떤 사정으로 옷 소유권을 포기해 베트남 현지 공장 측에서 유니클로 라벨 위에 메이드 인 베트남 라벨을 덮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문제가 된 제품은 유니클로가 소유권을 포기해 유니클로 제품이 아니고, (공장에서) 라벨을 제거하지 않고 덮은 부분에 대해서도 사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저희도 모르게 최초 라벨 위에 다른 라벨을 덧붙인 상태로 납품이 됐지만, 라벨 등 전체적인 검수가 더 꼼꼼하게 이뤄지지 못해 후회된다”며 “국산 브랜드를 믿어주고 알아주던 구매자 여러분 마음에 큰 상처를 드려 너무 죄송하다. 얼마나 실망하고 계실지 생각하면 정말 참담하다”고 사과했다.
엠플레이그라운드는 전 매장에서 해당 제품을 즉각 회수하고 폐기 처리할 방침이다. 또 판촉행사를 통해 이미 무료로 증정됐거나 판매된 제품 1만장은 전액 환불하고, 대신 국내에서 제작한 옷을 증정하기로 했다. 엠플레이그라운드는 “반성의 취지로 1만장 판매 수익 전액을 기부하도록 하겠다”며 “고객 여러분께서 진행 사항을 계속 확인하실 수 있도록 추후 자사 홈페이지에 올리겠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유니클로와 엠플레이그라운드가 상표를 바꿔 붙이는 ‘택 갈이’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엠플레이그라운드는 “택 갈이에 관여했거나 유니클로 브랜드와 관련이 있다는 의심과 오해는 풀어달라”며 “노 재팬 시기에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국내 기업이 굳이 유니클로 브랜드를 노출시킬 수 있는 눈속임으로 제 무덤을 팔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유니클로도 이 같은 사안을 전해 듣고 진상 파악에 나선 상태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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