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력만큼 입담도 빛났다. 영화인들이 지난 밤 ‘청룡영화상’에서 화려한 말센스로 대중을 즐겁게 했다.
지난 21일 오후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제40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다채로운 스타들의 등장으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날 많은 수상자들이 올해 가장 주목 받은 작품 ‘기생충’을 언급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놀란 얼굴로 무대에 오른 수상자들은 "'기생충'이 받을 줄 알고"라며 소감을 시작했다.
방점은 남우주연상 수상자 정우성이 찍었다. 그는 "객석에 앉아 있는데 불현듯 상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저도 다른 수상자들처럼 '기생충이 받을 줄 알았어요'라는 장난을 하고 싶어서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제 뒷자리에 앉아 있던 설경구 형이 '우성아 네가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진심으로 저의 수상을 응원해줬다. 그 바람이 현실이 되어 너무 감사드리고 얼떨떨하다"고 덧붙였고, "이 트로피를 들고 있는 제 모습을 집에서 보고 있을 한 남자, 제 친구 이정재 씨"라며 오랜 절친 이정재를 언급해 주목 받았다.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조우진은 가족에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올해 한 가정의 가장이 된 그는 눈물을 보이며 "이 트로피를 들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고 세상 누구보다 기뻐할, 집에서 보고 있는 두 여자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말했다.
'기생충' 이정은과 조여정은 각각 여우조연상과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최근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도 활약한 이정은은 "'기생충'으로 너무 주목을 받게 되니까 약간 겁이 났다"며 자만할까봐 스스로 경계했다는 눈물의 소감을 전했다. 더불어 "이 상을 받고 나니 며칠은 쉬어도 될 것 같다"며 유쾌하게 마무리했다.
조여정은 연기를 향한 열정과 애정을 가감없이 표출했다. 그는 "어느 순간 연기가 짝사랑하는 존재라고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 사랑은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랑이 이뤄질 수 없으니 짝사랑을 열심히 했다. 이 상을 받았다고 사랑이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겠다. 묵묵히 걸어가보겠다"는 소감으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감독상과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센스도 여전했다. "앞으로도 한국영화에 창의적인 기생충이 되어 한국영화 산업에 영원히 기생하는 창작자가 되겠다"고 센스 넘치는 소감을 남긴 그는 "시간도 많고 스케줄도 없는데 집에서 시상식을 보고 있는 최우식 군. 우식아 고맙다"라며 배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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