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의 거두 헨리 키신저(96) 전 미 국무부 장관이 미ㆍ중 관계 악화에 우려를 표하며 이를 계속 방치할 경우 1차 세계대전과 같은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은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해당 매체 주최로 열린 ‘뉴 이코노미 포럼’에 참석해 “미국과 중국이 냉전의 작은 언덕(foothills of a Cold War)에 올라서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다만 그는 “아직은 작은 언덕이기 때문에 대화로 풀기에 너무 늦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양국 간 상호 접근을 촉구했다.
1970년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시절 국무부 장관을 역임하며 미ㆍ중 수교를 이끌어낸 장본인인 키신저 전 장관은 양국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달을 경우 제1차 세계대전보다 더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의 중국과 미국은 과거 소비에트연방과 미국을 훨씬 초월하는 국가들”이라며 “두 나라 모두 주요 경제 국가인 만큼 세계 어디서든 (이해충돌로)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양국이 서로의 정치적 목적을 보다 잘 이해해야 한다는 게 키신저 전 장관의 충고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 진행 중인 미ㆍ중 간 무역 협상이 정치적 대화의 작은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제시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포럼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인 왕치산(王岐山) 부주석도 참석했다고 전했다. 왕 부주석은 기조강연에서 “우리는 제로섬 게임과 냉전식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며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중국은 확고하게 평화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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