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주 영입 논란’으로 위기 처한 황교안, 공천 고강도 인적쇄신 추진
자유한국당 총선기획단 단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기획단 회의 결과 브리핑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자유한국당이 내년 21대 총선 공천에서 현역 의원 중 3분의 1을 ‘컷오프(cut-off)’ 하기로 21일 결정했다. 현역 의원의 3분의 1에게는 지역구 경선에 참여할 기회도 주지 않고 내보내겠다는 뜻이다. ‘현역 의원 절반 이상 교체’라는 최종 공천 목표도 발표했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장인 박맹우 사무총장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총선기획단 회의 브리핑에서 “2020년의 시대 정신과 국민적 여망을 담아 21대 총선에서 현역 의원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개혁 공천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리더십 위기에 몰린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서둘러 내놓은 고강도 쇄신책이다. 3선 중진 김세연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한국당 해체’를 요구한 이후, 황 대표는 퇴진 압박까지 받는 터였다.

컷오프를 피하는 현역 의원들도 사실상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총선기획단이 여성, 청년, 정치 신인 등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향으로 공천 룰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과, 연속으로 공천을 주지 않는 것이 관례인 비례대표를 포함해 현역 물갈이 비율을 5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 한국당의 잠정 목표다. 젊고 참신한 인물들을 내세워 총선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의 2012년 19대 총선과 2016년 20대 총선 당시 현역 의원 교체 비율은 각각 41.7%, 23.8%였다.

21일 현재 한국당 소속 현역 의원은 108명(지역구 의원 91명ㆍ비례대표 17명)이다. 지역구 의원들을 상대로 ‘3분의 1 컷오프 룰’을 적용하면, 최소 30명은 경선을 치르지도 못하고 금배지를 반납하게 된다. 지역구 의원 중 김무성(부산 영도), 김세연(부산 금정), 김성찬(경남 창원 진해)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점을 감안하면, 지역구 현역 의원 중 27명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짐을 싸야 하는 것이다. 비례대표 의원 17명이 전원 교체된다는 가정 하에 현역 물갈이 비율(50%)을 채우려면, 컷오프 당하는 지역구 의원(30명) 외에 추가로 7명이 공천을 받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컷오프 시행 과정에서 한국당은 상당한 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탈락한 의원들이 격하게 반발하고, 우리공화당이나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버틸 경우 총선 전략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한국당이 이 같은 초강수를 둔 것은 총선 전망이 극도로 어두웠기 때문이다. ‘갑질 논란’의 당사자인 박찬주 전 육군대장을 1호 영입 인사로 내세우려 하고, 총선기획단을 영남ㆍ친황교안 인사들로 채운 이후 황교안 체제는 뿌리째 흔들리는 상태다.

한국당이 ‘현역 30% 컷오프ㆍ최대 50% 물갈이’라는 구체적 수치를 제시한 것은 더불어민주당과의 차별화 차원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컷오프 목표치’를 정하지 않고 ‘현역 의원 평가 결과 하위 20%에 불이익을 주는 수준’으로 현역 의원을 교체한다는 잠정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오늘 발표는 대대적 물갈이를 예고하며 공천 혁신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현역이 교체되는 자리를 여성, 청년, 4차산업 전문가 등 참신한 인물들로 채워 공천을 할 수 있을 것인지와 황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스스로도 내려놓는 모습을 보일 것인지 등 더 중요한 문제들이 남았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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