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최고 사법기관인 고등군사법원의 수장이 군납 식료품업체에게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일반 군이 아닌 군 법무기관의 억대 뇌물 사건 실체까지 드러남에 따라, 군 납품 시스템을 포함해 군 전반의 도덕성 문제도 다시 비판의 도마에 오르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부장판사는 2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동호(53) 전 고등군사법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영장을 발부했다. 송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사유를 밝혔다.
이 전 법원장은 수 년 동안 경남 사천의 M 식품가공업체 대표 정모(45)씨로부터 “군납 사업을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약 1억원의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자신의 업체에서 제조한 어묵과 생선가스 등 7종의 식품을 방위사업청에 납품하던 2007년 무렵 이 전 법원장에게 접근해 정기적으로 뇌물과 향응을 제공하며 납품이 이어지도록 관리한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전 법원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정기적으로 뒷돈을 챙긴 금융거래 내역을 확보하고 뇌물수수와 함께 범죄수익은닉규제법도 적용했다.
이 전 법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체로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에도 “혐의를 인정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계좌로 (돈을) 받긴 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구속된 이 전 법원장을 상대로 M사 외에 다른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는지 추가로 수사할 방침이다. 여기에 정씨가 별도의 비자금을 조성해 뒀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이 전 법원장 사건이 대형 군 비리 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얘기다.
고등군사법원은 31개 보통군사법원의 항소ㆍ항고사건을 담당하는 군내 유일의 항소심 법원이다. 이 전 법원장은 1995년 군 법무관으로 임관해 국군기무사령부 법무실장, 고등군사법원 부장판사, 육군본부 법무실장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 준장 계급의 고등군사법원장에 임명됐다. 국방부는 검찰이 지난 5일 고등군사법원장 사무실 등지를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하자 지난 18일 이 전 법원장을 파면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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