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전날 먹은 메뉴, 다음부터 계속 먹지”
“생각보다 공 엄청 빨라… 스핀에 놀랐어요”
권순우가 2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귀뚜라미 크린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ATP 100위 돌파 기념 재능기부 행사에서 참가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권순우 선수를 만나는 게 꿈이었어요. 너무 영광이에요.”

세계 최고의 여자테니스 선수를 꿈꾸는 강예빈(부명초5)양은 권순우(22ㆍCJ후원ㆍ당진시청ㆍ88위)가 롤모델이다. 평소 날카로운 권순우의 슬라이스를 배우고 싶었다는 예빈이는 권순우와 만나는 이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자신의 차례가 되자 부끄러운 듯 코트에 나섰지만, 한 번의 미스 없이 권순우와 수십 번의 랠리를 이어갔다. 이내 권순우가 먼저 에러를 내며 “왜 이렇게 잘하는 거야?”라고 허탈해했고, 예빈이는 수줍게 미소 지었다.

한국테니스의 희망으로 떠오른 권순우가 21일 서울 구로구 귀뚜라미 크린 테니스코트에서 남자프로테니스(ATP) 100위 돌파 기념 재능 기부 행사를 열었다. 이날 전국 각지의 유소년 선수 12명이 초대를 받아 권순우와 공을 주고 받을 기회를 가졌다. 준비운동부터 랠리, ‘권순우 이기기’ 시합까지, 한 시간 내내 현장은 아이들의 웃음 소리로 가득했다. 행사 뒤에는 선배를 향한 질문도 쏟아졌다. 큰 경기 전날 루틴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이야기에 권순우는 “나는 이기기 전날 먹었던 음식 메뉴를 기억해놨다가 그 다음부터 그것만 먹는 버릇이 있다”고 살짝 귀띔했다.

이날 행사는 권순우의 요청으로 후배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대폭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온몸이 땀으로 젖을 정도로 라켓을 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권순우도 유년 시절 ‘한국테니스의 전설’ 이형택이 열었던 재능 기부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단 한 번밖에 공을 쳐보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처럼 테니스 선수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많은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 권순우의 초등학교 후배 류창민(용상초6)군은 “생각보다 공이 엄청 빠르다”며 “플랫한 것처럼 보여도 공에 스핀이 걸려 있어 놀랐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권순우가 2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귀뚜라미 크린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ATP 100위 돌파 기념 재능기부 행사에서 참가 학생들과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뉴스1

올해 권순우는 커리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챌린저 첫 우승에 이어 ATP 투어 대회 본선 첫 승, 첫 8강 진출에 성공했다. 200위권이었던 세계랭킹을 생애 처음 100위권 안으로 끌어올렸다. 모든 테니스 선수들이 꿈꾸는 무대, 윔블던 본선도 밟았다. 권순우는 “올해 내 자신에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다”며 “임규태 코치를 만나 나만의 장점을 활용한 전술을 만들 수 있었고,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다 보니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 해를 돌아봤다.

권순우는 다음주 일본과 중국으로 동계 훈련을 떠난다. 2020년 목표인 세계랭킹 50위권 진입을 위해서다. 권순우는 “올해 US오픈에서 체력적으로 아쉬웠다”며 “메이저 대회 첫 승을 하고 싶은데 잘 준비해 내년 1월 호주오픈에서 체력과 기술, 모두 잘 준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권순우가 21일 서울 구로구 귀뚜라미 크린 테니스코트에서 ATP 랭킹 100위 돌파 기념 재능 기부 행사에서 유소년 테니스 선수 12명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강예빈(앞 줄 왼쪽 두 번째)양과 류창민(두 번째 줄 오른쪽)군은 "권순우 선수와 만나서 영광"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스포티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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