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대체로 ‘승리’였다. 위대한 제국, 세계의 중심, 황제와 영웅, 신화와 전설 등의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그러나 ‘로마, 약탈과 패배로 쓴 역사’는 로마의 ‘쇠망사’를 다룬 이야기다. 기원전 8세기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무려 3,000년에 가까운 시간을 7번의 약탈로 꿰어냈다. 16년 째 로마에 거주 중인 영국인 소설가 매슈닐이 15년 간 고대 문헌과 사료, 법률 행정 문서 등을 조사해 썼다. 침략과 전쟁을 거칠 때마다 로마는 지옥보다 더 처참하게 변했다. 도시는 폐허가 됐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질병과 식량난에 시달리며 죽음과 진배 없는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로마는 지금까지 건재하다. 그 숱한 침략 속에서도 판테온, 콜로세움, 산 피에트로 대성당, 나치 점령기의 게슈타포 본부까지 보존하면서. “평화와 전쟁 모두 로마를 오늘날의 특별한 장소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해왔다.” 저자는 사실 재앙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버텨온 로마의 위대함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로마, 약탈과 패배로 쓴 역사
매슈 닐 지음ㆍ박진서 옮김
마티 발행ㆍ688쪽ㆍ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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