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우리·하나은행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판매 관련 철저한 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원금 손실 위험이 20~30% 이상인 고난도 투자상품의 은행 판매가 금지된다. 독일 등 해외 금리에 연계된 파생결합펀드(DLF)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가 벌어지자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대책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은행의 DLF 판매 실태를 조사, DLF 판매 5건 중 1건꼴로 상품 위험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불완전 판매’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고작 1분 간의 전화 설명만으로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고, 정기예금을 예치하려던 75세 노인에게 DLF를 권유해 파는 등 은행 창구의 규정 위반이 심각했다.

이런 후진적 금융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해당 금융회사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은행의 반발에도 귀 기울일 필요는 있다. 금융 당국은 과거 “국내 은행들이 손쉬운 이자 장사에 안주하고 있다”며 국제 경쟁력 강화를 촉구해 왔는데, 판매 중지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라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원금 보장 상품의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이라 은행은 증권사가 만든 각종 파생상품을 특정금전신탁 상품으로 판매하며 연 0.1~1%의 수수료를 받아 왔다. 이중 각종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을 신탁상품으로 만든 주가연계신탁(ELT)의 판매가 가장 많아 잔액이 47조원이 넘는데, ELS의 원금손실 가능성도 20~30%를 웃돌기 때문에 판매할 수 없게 된다. 문제가 된 파생결합증권펀드(DLF) 판매 잔액이 7조원 규모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위의 새 규제는 너무 포괄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해법은 금융 소비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핀셋 규제’ 장치를 만드는 데 있다. 상품 관련 규제를 최소화해 금융 혁신이 활발해지도록 허용하되, 판매 과정이나 이후 관리 등의 책임 규정을 강화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마침 국회에서도 이번 DLF 손실을 계기로 10년 가까이 공전을 거듭하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관련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금융위는 은행ㆍ증권사들의 입장을 듣고 최종안을 내놓기로 한 만큼 국회의 금소법 처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금융사 의견을 취합해 합리적 판단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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