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는 8일 베트남 진출 기업 17개사를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베트남 비즈니스 환경과 교역 및 투자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고 의견을 나눈 뒤 기념촬영을 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건설설비업체를 운영하는 지인은 몇 년 전부터 베트남으로 사업장을 옮기고 있다. 원청업체인 대기업들도 많이 옮겨간데다 베트남 건설이 호황이기 때문이다. 연 100억원 정도의 매출 중 이미 베트남 부문이 국내를 넘어섰다. 그는 국내 사업은 기술 지원 분야를 빼고는 접을 생각이라고 했다. 건설업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60대에 이른 일부 중소기업인들은 아예 기업을 그만두고 싶어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규제 등으로 기업환경이 악화한 데다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수익은커녕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다.

□ 그렇다고 기업 상속도 만만치 않다. 상속세율이 너무 높아 상속 후에는 기업 경영권을 위협받는다. 이들의 자식들조차 상속받기를 꺼려한다. 제조업의 미래도 불투명한 데다 기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관련 사업을 해외로 빼내 가면서 하청업체들의 판로가 점점 막히고 있다. 물론 아버지만큼 기업할 의지가 박약한 것도 문제다. 그래서 부모에게 차라리 기업을 팔아서 현금으로 달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중소기업들이 늘어나다 보니 제조업 공동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 이들 기업인은 잠재적 범죄자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크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85개 경제법령에 담긴 2,657개의 형사처벌 항목을 전수 조사한 결과 기업과 기업인을 동시에 처벌하는 조항이 2,205개(83%)에 달했다. 직원 관리 소홀 등 자칫 실수하면 형사처벌이나 감옥행을 각오해야 한다. 직원의 연장근로 등으로도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책임 소재를 가려 회사 대표를 엄격히 문책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곳곳에 과잉 처벌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경영하기가 만만치 않다.

□ 기업들이 중국 아세안 등으로 눈을 돌리면서 국내 제조업의 기반은 약화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 주 52시간제 전면 실시를 일단 유예하면서 중소기업들이 일단 한숨 돌리게 됐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다. 정부가 산업 현장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도 갑갑하다. 최근에 만난 한 대기업 회장은 “청와대가 툭하면 대화를 하자고 기업을 불러놓고는 사진 찍고 쇼만 할 뿐 정작 기업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내년쯤이면 ‘제조업 다 망한다’는 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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