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너머로 보이는 사무실 책상 위에 등장한 가수 청하가 눈을 맞추며 춤을 춘다. 실제 청하와 만나는 건 쉽지 않지만, 현실 세계 위에 가상으로 청하의 움직임을 덧입히는 증강현실(AR) 기술 덕에 가능한 일이다. 2017년 출시된 AR게임 ‘포켓몬 고’와 다른 점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 현실 세계를 비출 필요 없이 안경 하나만 쓰면 된다는 점이다. LG유플러스가 AR 기술을 가벼운 안경 형태로 구현한 ‘AR글래스’를 내년 정식 출시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는 21일부터 중국 AR글래스 제조사 엔리얼의 ‘엔리얼 라이트’ 국내 시범 서비스를 독점 제공한다고 밝혔다. 시범 서비스는 전국 35개 LG유플러스 매장과 영화관, 지하철 등 체험존에서 진행되며 고객 의견 반영, 콘텐츠 다양화 등 준비 과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안경처럼 편하게 쓸 수 있는 엔리얼 라이트는 눈 앞에 콘텐츠를 띄워주고 엔리얼 라이트와 유선으로 연결돼 있는 스마트폰을 레이저 포인터처럼 움직이면서 메뉴 선택, 콘텐츠 재생 등을 할 수 있다. 엔리얼 라이트에 탑재된 카메라가 공간을 인식하기 때문에 지금 이용자가 어디를 바라보는지 파악한 뒤 적당한 위치에 콘텐츠를 띄운다.
현재 준비돼 있는 콘텐츠는 LG유플러스 AR 전용 앱 ‘U+AR’와 LG유플러스 모바일 인터넷(IP)TV ‘U+모바일TV’에 있는 콘텐츠들이다. 가수의 춤 연습이나 공연, 트레이너 수업 등 영상을 선택하면 지금 바라보고 있는 현실 공간 위에 재생된다. AR글래스를 쓴 채 걸어 다니며 360도로 움직임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U+모바일TV에 있는 프로야구, 골프 등을 선택하면 100인치 대화면으로 영상이 펼쳐진다. LG유플러스는 여기에 원격회의, 대화면으로 PC작업을 할 수 있는 클라우드PC 서비스 등을 접목할 예정이다.
AR는 가상현실(VR)과 함께 5G 시대 대표적인 실감형 미디어 기술로 꼽힌다. VR의 경우 깊이 몰입해 콘텐츠를 즐길 수 있지만,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는 기기를 머리에 써야 하기 때문에 주변을 볼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또 기기가 무거워 착용도 불편했다. AR글래스는 현실 세계를 보면서 동시에 가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TV, 스마트폰을 잇는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으로 부상하면서 애플, 페이스북 등도 AR글래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고글 형태의 AR글래스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분기 전 세계 출시되는 엔리얼 라이트는 88g의 무게와 499달러(국내 출고가 미정)의 가격으로 주목 받고 있는 제품이다. 대표적 AR 기기인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올해 3월 출시)의 무게가 566g, 가격은 3,500달러인 점과 비교하면 훨씬 대중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에만 AR 콘텐츠 제작에 100억원을 투자한 LG유플러스는 엔리얼 라이트를 기반으로 생태계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송대원 LG유플러스 미래디바이스담당 상무는 “기존 AR는 스마트폰의 6, 7인치 화면에 갇혀 있어 콘텐츠에 몰입하는데 제약이 있었지만 AR글래스는 확실히 새로운 미디어 경험을 할 수 있다”며 “AR 전용 콘텐츠뿐 아니라 집에서나 볼 수 있는 큰 화면을 AR글래스 하나로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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