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아직 포기할 단계 아니다”… 문희상 제안 물밑 협의 가능성도
일본 정부가 23일 오전 0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를 목전에 두고 한국 정부의 현명한 대응을 거듭 요구했다. 일본에서도 지소미아 종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정부 차원에선 마지막까지 속단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장관은 21일 오전 중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서 ‘지소미아가 종료된 이후에도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정보를 일본에 요구해 올 경우 제공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지소미아의 향후에 대해선 예단을 갖고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어 “어떤 경우에도 북한의 정세에 관해서는 미일, 한미일이 확실히 연대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한국에 현명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8월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지역 안보환경을 완전히 잘못 읽은 것”이라며 ‘현명한 대응’을 촉구해 왔다. 한국이 종료 결정의 원인으로 지목한 수출 규제와 별개의 문제인 만큼, 한국에 지소미아 재검토를 위한 명분을 제공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NSC 상임위에 참석한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사실을 전하며 미국 측 의견도 감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HK는 “한국에서 지소미아 종료를 지지하는 여론이 뿌리 깊다“며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문재인 정권에서는 일본에 대한 대항조치로 단행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뒤엎는 것이 좋은 대책은 아니라는 견해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전날 지소미아와 관련해 “(한국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아직 포기했다고 말할 단계가 아니고 마지막까지 해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이 전했다. 가와무라 간사장은 전날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에게 강제동원 배상문제 해결을 위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방안을 전했고, 아베 총리는 “제대로 한일 간 약속을 지킨 것이라면 진행해도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지소미아 종료에 앞서 현안 해결을 위한 양국 간 물밑 협의가 오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를 염두에 두면서 자국 안보 태세에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전날 “우리나라(일본) 방위나 긴급사태 대처에 필요한 정보는 우리나라의 독자 정보 수집과 동맹국인 미국과의 정보 협력으로 만전의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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