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자 근무 지침 중 ‘당대표 지시사항’ 문구 나와 논란 
 SNS에선 “과잉 의전” “당직자 동참은 당연” 의견 엇갈려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공수처 설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저녁 국회 본청 앞에 설치된 천막에서 단식투쟁을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 시작 이틀 만에 ‘황제 단식’ 논란에 휩싸였다. 황 대표가 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국회 본청 천막에 당직자들을 24시간 배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21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황 대표의 단식 투쟁 근무자 배정표가 확산됐다. 한국당 측이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천막을 치고 밤샘 단식을 하는 황 대표를 지원하기 위해 당직자를 배정한 일종의 근무표다.

배정표에 따르면 당 행정국, 총무국, 청년국, 여성국 등에 소속된 당직자들이 20일부터 28일까지 4명씩 조를 이뤄 주간과 야간에 2교대로 보초를 선다. 근무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각각 12시간이다. 근무자들은 중간중간 황 대표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거나 취침 시간대 주변 소음 등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김성태 전 한국당 원내대표가 단식 투쟁을 하다 일반인에게 폭행을 당했던 사건을 감안해 사전에 불미스러운 일을 막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단식 투쟁 천막 근무자 배정표.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논란이 된 대목은 표 아래 작은 글씨로 적힌 ‘당대표님 지시사항임’이라는 문구였다. 황 대표의 지시로 당직자가 현장에 배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는 ‘황제 단식’ 논란이 불거졌다. 누리꾼들은 특히 24시간 배치, 밤샘 근무 등 근무 수칙을 지목하며 ‘구태’라는 비아냥과 비판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we****)은 “개인적인 결단으로 결정한 단식에 왜 당직자가 동원돼야 하나 모르겠다. 당직자는 무슨 죄냐”고 의문을 제기했고, 다른 누리꾼(km****)도 “이정도 되면 단식이 아니라 의식이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황 대표의 국무총리 시절인 불거진 과잉 의전 논란을 거론하며 “다른 건 몰라도 의전에 관해서는 참신한 시도를 많이 한다”(im****),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의전왕”(tw****) 등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2016년 당시 황 대표는 서울역 플랫폼까지 관용차를 타고 들어와 과잉 의전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페이스북 캡처

정치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직자들을 황제 단식에 동원하고 있다고 한다”면서 이를 ‘황제 단식’, ‘갑질 단식’이라고 명명했다. 이어 “단식을 하면서 이렇게 폐를 끼치는 건 처음 본다. 국민에, 정치권과 자기 당에, 하위 당직자에게 폐 끼치는 단식을 뭐 하러 하는가”라며 “이렇게 단식하면 동정 효과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황 대표에 대한 하늘 높은 의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렇게 대접 받으면서 투쟁을 해도 되겠는가”라며 “이러다 곧 대리 단식, 블루투스 단식까지 가겠다”고 비꼬았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30분마다 건강 체크, 소음 제어까지 신경 쓰는, 철통 보안 속 ‘의전 단식’에 진정성은 없고 의전왕의 행태만 있다”면서 “의전 쇼를 멈추고, 제1 야당 대표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을 되찾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당 사무처 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한국당 사무처 당직자 일동은 황교안 당대표의 단식 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앞으로 더욱 치열한 자세로 모든 것을 걸고 강력하게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노조 측은 “당 대표가 단식 투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당직자가 여러가지 ‘비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SNS에서도 “당 대표가 단식을 시작하는데 같은 당 당직자가 동참해 힘을 싣는 건 당연하다”(to****)는 옹호론이 나왔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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