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서 생산되는 애플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는 애플의 경쟁기업인 삼성전자를 언급하며 “애플을 삼성과 유사한 기준으로 취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생산된 애플 제품과 베트남 인도 등지에서 생산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부과되는 관세가 달라 불공정한 경쟁이 벌어진다는 의미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애플 제품 조립공장을 방문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와 시설을 둘러봤다. 이 자리에서 애플 제품의 관세 면제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의 문제는 삼성”이라며 “삼성은 대단한 회사이지만 애플의 경쟁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만 관세를 면제해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우리는 삼성을 대하는 것과 비슷하게 애플을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8월에도 쿡 CEO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관세를 내지 않는 삼성과 가격 경쟁이 힘들 것”이라고 호소한 바 있다.
중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애플은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애플의 무선이어폰 에어팟과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 등은 중국에서 만들어져 미국에 수입되는데, 지난 9월 1일부터 10%의 관세를 물게 됐다. 미ㆍ중 1단계 무역협상이 결렬되고 예고대로 다음달 15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15% 추가 관세 부가가 시행되면 아이폰과 아이패드도 처음으로 관세 부과 대상에 들어간다.
반면 삼성전자는 대중국 관세 영향권에서 벗어나있다. 삼성전자의 미국 수출용 스마트폰은 베트남과 인도 등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이에 경쟁사인 애플은 지난 1일 미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산 자사 제품 11개에 대한 관세 면제를 공식 요청하는 등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한국 재계는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을 결집 시키기 위해 애플의 현지 생산 시설을 방문하고,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이 높은 삼성전자에 의도적인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가 보수층의 표를 얻기 위해, 자국 기업에 유리한 시장 환경을 만드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