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군단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3년 전 동화 같은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을 달성했던 레스터 시티가 브랜든 로저스 감독 아래서 다시 한 번 비상을 꿈꾸고 있다.
레스터는 현재 EPL 12라운드까지 8승2무2패를 기록하며 승점 26점으로 선두 리버풀(34점)에 이은 2위에 올라 있다. 지난 10일(한국시간) 아스널마저 2-0으로 잡고 4연승 행진이다. 개막 전 리버풀과 맨체스터시티, 토트넘, 아스널 등 ‘빅6’가 선두권 다툼을 할 것이라던 전문가들과의 예상이 빗나간 셈이다. 빅클럽을 상대로도 강한 면모를 이어오고 있다. 맨유와 리버풀에 한 번씩 패했을 뿐이다. 그야말로 깜짝 활약이다.
레스터 팬들은 3년 전의 기적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행복한 희망에 부풀어 있다. 레스터는 지난 2015~16시즌 빅클럽들을 밀어내고 우승 경쟁이 가장 치열한 리그로 불리는 EPL에서 정상에 올랐다. 도박업체가 내놓은 우승 확률 5,000분의 1을 뚫은, 창단 132년 만의 첫 우승이었다. 막대한 규모의 선수 영입 없이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의 리더십과 선수들의 활약으로 ‘축구공은 둥글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하지만 동화는 거기서 끝나는 듯했다. 은골로 캉테(28), 리야드 마레즈(28) 등 핵심 자원들이 막대한 이적료로 팀을 떠났고, 라니에리 감독이 초반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며 중위권 팀으로 하락했다.
반전의 계기는 로저스 감독의 부임이었다. 지난해 2월 클로드 퓌엘 감독의 후임으로 시즌 중 지휘봉을 잡은 로저스 감독은 역습 축구만 고집하던 레스터에 자신의 축구 철학인 점유율 축구를 이식했다. 전술적 다양성도 갖춰줬다. 부임 이후 15승5무5패(컵대회 포함)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전술을 수행하는 스쿼드 또한 어느 하나 비는 곳 없이 탄탄해졌다. 레스터의 가장 강한 무기는 짠물 수비인데, 히카르두 페레이라(27)ㆍ조니 에반스(31)ㆍ찰라르 쇠윈쥐(23)ㆍ벤 칠웰(23)의 포백 라인이 탄탄하다. 골키퍼 카스퍼 슈마이켈(33)도 여전히 든든하다. 초반 12경기 8실점으로 EPL에서 최소 실점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최전방 공격수 제이미 바디(32)가 날카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벌서 11골로 득점 단독 선두다. 중원에는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로 영입한 ‘최고의 유망주’ 유리 틸레만스(22), 잉글랜드의 희망으로 성장한 제임스 메디슨(23), 미드필드의 청소부 윌프레드 은디디(23)까지, 빅클럽에 꿇리지 않는 면면이다. 10라운드 사우스햄튼전에서는 무려 9골을 퍼부으며 9-0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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