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석굴암 십일면관음보살상. 한국일보 자료사진

세계문화유산인 석굴암 본존불상 뒤에는 온화한 미소를 띤 십일면관음상이 있다. 이 관음상은 부드러운 부피감, 유연한 곡선, 화려한 장신구, 세련되고 사실적인 형태미로 가장 아름다운 보살상으로 평가된다. 이 관음은 여성일까, 남성일까. 단순하지만 답하기 힘든 이 하나의 질문으로 책은 시작된다. 2013년 국내 최초 여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신명숙 박사는 석굴암 본존불의 모델이 원효이며, 십일면관음은 요석공주라고 주장한다. 불교의 위경(僞經)인 ‘안락국태자경’을 바탕으로 한 그의 추론에 따르면 여신신앙이 강했던 신라시대 때 여사제였던 요석공주와의 결합으로 원효가 토착신앙을 포섭하고, 순치할 수 있었다.

관음의 성 정체성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한 책은 여신 신앙의 역사로까지 이어진다. 저자는 “관음을 여성으로 인식하고 표상하는 경향이 현대에 들어와 더 강화되고 있다”며 “여신이 신앙의 중심에 있었을 때 여성 역시 존중되었고, 성과 계층 모두에서 평등한 사회가 유지됐다”고 했다. 모든 존재가 자성(自性)이 없이 공(空)하다는 불교 사상적 배경의 영향으로 때에 따라 양성을 오갔던 여성관음은 젠더를 초월하는 미래적 신성(神性)과도 일맥상통한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여성관음의 탄생 
 김신명숙 지음 
 이프북스 발행ㆍ336쪽ㆍ1만5,000원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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