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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결승전에서 한국을 이기며 우승을 차지한 일본이 시상식에서 환호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얼마 전 끝난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에서 한국은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획득하고도 일본과 결승에서 지는 바람에 영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반면 일본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한국에게 졌다면 4년 전 준결승에서도 9회말 역전패를 당한 일본이 감당할 치욕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후원사의 70%가 일본 기업으로 채워진 대회의 존속조차 불투명해질 수 있었다. 결승전이 끝난 후 만난 대회 관계자는 “한국이 대회를 살렸다”고까지 했다.

우리야 올림픽 티켓이 걸린 대회였다고 하지만 올림픽 개최국으로 이미 자동 출전권을 얻은 일본의 목표는 애초 분명했다. 한국을 희생양 삼아 아시아 최강의 지위를 확인하겠다는 일념이었다. 나머지는 한일전을 위한 들러리였을 뿐이다.

일본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야구가 올림픽에서 퇴출되자 누구보다 앞장서서 부활을 외쳤다. ‘대의‘보다 자신의 실력을 자랑할 무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프리미어12는 이를 위해 4년 전 일본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과 손잡고 창설한 대회다. 그런데 초대 대회부터 한국에 정상을 내주고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 더구나 우승에만 매달린 일본의 무책임한 대회 운영에 혹평도 쏟아졌다. 실제로 이번에도 비디오 판독 오심부터 일관성 없는 스트라이크존, 심지어 투수의 로진백(투수나 공을 던질 때 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묻히는 송진 가루 주머니) 교체 요구를 거절한 심판의 황당한 태도까지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이 많았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조차 "대회가 계속되려면 여러 말이 안 나와야 할 것 아닌가. 그런 부분에서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 프로 선수들이 나오고 있는데 아마추어 같은 운영을 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경기가 끝난 후 진행된 공식 인터뷰에서도 통역 담당자의 서투른 통역과 진행자의 질문 차단으로 선수들, 기자들 모두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한일전에는 관중석에 욱일기까지 등장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문제 제기에 WBSC는 "현재 분쟁 상황이 아니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금지하지 않은 걸 제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제사회에서 욱일기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욱일기 응원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는 등 심각성이 대두된 상황이지만 WBSC는 개최국 일본의 눈치를 봤다. 대회 흥행에서도 한일전을 제외하곤 재미를 보지 못한 ‘그들만의 대회’로 전락했다.

당장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야구는 다시 빠졌다. 야구가 올림픽에서 살아남으려면 보편성을 인정 받아야 한다. 유엔 가입국보다 많은 FIFA 회원국을 자랑하는 축구와 달리 야구는 여전히 한국,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중미 일부, 일본, 대만 등 몇 나라에서만 성행하는 지역 스포츠다.

일본 주도의 프리미어12는 태생부터 2006년 미국이 만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부딪혔다. WBC를 월드컵에 비견되는 유일의 야구대회로 만들고 싶었던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프리미어12에는 선수노조와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스타급 선수들의 출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류현진, 추신수, 최지만이 발탁되지 못한 이유다. 메이저리그는 올 시즌 축구의 본고장 영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정규시즌 경기를 열었을 만큼 새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야구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한다면서도 정작 메이저리그 시즌과 겹치는 올림픽엔 관심 없는 미국의 이중적인 태도도 야구의 외연 확장을 가로막고 있다.

FIFA가 월드컵을 비롯한 전 세계 축구 유일의 총 본산으로 어떤 A매치에도 최고 선수들의 소집을 유도하는 것과 비교된다. 성적 지상주의 일본과 메이저리그 우선주의 미국이 따로 노는 이상 올림픽 스포츠로 정착은 요원하다.

성환희 스포츠부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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