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본회의서 자동 표결 처리… 한유총 등 압박에 통과 장담 못해
민식이법, 해인이법, 한음이법 등 어린이 생명안전 관련 법안이 국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가운데, 어린이 교육권을 보장하는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ㆍ유아교육법ㆍ학교급식법 개정안)도 처리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유치원 3법은 22일 법안 조정 기간 330일이 종료된다. 그러나 처리 시기가 다가오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처리 저지 움직임에 나서며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어 막판까지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국회법에 따라 9월 24일 본회의에 부의된 유치원 3법은 22일 이후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 표결 처리된다. 다음 본회의는 여야 3당 원내대표 합의에 따라 28~29일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25일 국회의장 주재로 열리는 여야 3당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이달 말 중 본회의 날짜를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위한 유치원 3법은 정부 지원금을 교육목적 외 사용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처벌을 받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정치권은 법안 부결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유총을 외면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기명 표결이라 의원 개인의 찬반 유무를 알 수 있고 찬성한 의원들은 한유총의 표적이 될 수 있다.
한유총은 이달 초부터 의원들과 물밑 접촉해 법안 반대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회 교육위 관계자는 “한유총 회원인 지역주민들이 의원들에게 소규모 간담회를 열어 달라고 한 뒤, 간담회가 끝나면 의원을 포위해 ‘본회의 표결 시 반대하겠다’는 문서에 사인하라고 하거나, 법안에 찬성하면 총선공천을 위한 당내 경선 때 다른 후보를 찍겠다는 등 노골적으로 협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유총은 세가 강한 인천ㆍ광주ㆍ경기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로비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원 3법에 앞장섰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저와 당 지도부가 파악하기로는 법안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시민단체가 의원실에 찬성 유무를 묻는데 대답하지 않는 의원이 너무 많다. 기권으로 이 상황을 회피하려는 의원도 있다”고 우려했다.
당 차원에서 법안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도 법안 처리 저지를 준비 중이다. 한국당 교육위 소속 의원들은 본회의 상정 당일 수정안을 긴급상정해 법안 처리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당은 지난달 31일에 열린 본회의에서 고교 무상교육 법안에 반대하기 위해 수정안을 낸 바 있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 3법의 원만한 처리를 촉구했다. 그는 “한유총의 압박에 법안이 부결된다면 우리는 아이들을 저버린 사람들이 된다”며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회의 표결 날 국민 여러분들이 방청석을 가득 채워달라”고 호소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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