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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체격에 원인 모를 단백뇨 나온다면… 혹시 ‘호두까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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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체격에 원인 모를 단백뇨 나온다면… 혹시 ‘호두까기병’

입력
2019.11.25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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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를 늘리면 저절로 증상 호전돼

만성콩팥병이 아닌데도 단백뇨가 나온다면 호두까기병일 가능성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만성콩팥병이 아닌데도 단백뇨가 나온다면 호두까기병일 가능성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단백뇨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콩팥병으로 진단된다. 이 때 단백뇨 수치의 변동 폭이 20% 이내다. 그런데 드물지만 마른 사람 가운데 만성콩팥병은 아닌데 원인을 알 수 없이 단백뇨가 많이 나왔다가 적게 나왔다 하는 경우가 있다.

김승협 K영상클리닉 원장(세계초음파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명예교수)은 “이런 사람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이 ‘호두까기병(Nutcraker syndrome)'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 원장은 “왼쪽 콩팥의 정맥이 대동맥과 상장간맥동맥(superior mesenteric artery) 사이를 지나면서 눌려 생기는 호두까기병은 단백뇨나 혈뇨, 심각한 골반 울혈 등을 생기게 한다”며 “뚱뚱한 사람보다 날씬한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콩팥은 우리 몸 안에 좌우에 2개가 있다. 콩팥에는 동맥과 정맥이 연결돼 있다. 이 때 왼쪽 콩팥에서 걸러진 혈액을 대정맥으로 전달해 주는 콩팥 정맥은 대동맥과 상장간막동맥 사이를 지나 장(腸)에 혈액을 공급하는 장동맥이 거꾸로 된 Y자 모양으로 갈라진 사이의 좁은 공간을 지나가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별 문제가 없지만 간혹 거꾸로 된 Y자 사이를 지나는 콩팥 정맥이 대동맥과 장동맥에 눌려 혈액이 잘 흐르지 못할 수 있다. 이 때에는 왼쪽 콩팥에서 피가 잘 빠져나가지 못해 콩팥이 부어 단백뇨·등 밑 통증·혈뇨·난소 부종 등이 생길 수 있다. 통증이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호두를 깨는 도구인 호두까기는 호두를 도구의 중간에 넣고 손잡이를 눌러 호두를 깨서 알맹이만 꺼낼 수 있게 돼 있다. 호두까기병은 정맥이 두 동맥 사이에서 눌리는 현상이 마치 호두를 깨는 도구와 비슷해 호두까기병으로 명명됐다.

콩팥의 구조. 게티이미지뱅크
콩팥의 구조. 게티이미지뱅크

대동맥 사이를 지나가는 좌측콩팥정맥이 두 동맥 사이에서 눌리면 정맥의 압력이 올라가면서 왼쪽 콩팥 속 작은 정맥이 터지면서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온다. 맨 문으로 혈뇨가 잘 관찰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현미경적 혈뇨나 단백뇨가 나타나기도 한다.

호두까기병은 도플러초음파 검사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눌린 혈관 부위를 확인할 수 있다. 왼쪽 콩팥 동맥이 정상이어도 왼쪽 콩팥 정맥은 살짝 눌린다. 이 때 혈류 속도는 1초당 40~50㎝ 정도이지만 호두까기병이라면 1초당 100㎝가 넘을 때가 많다. 이 때 도플러초음파 검사로 눌린 혈관에 피가 흐르는 혈류 속도가 빨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빨라진 혈류 때문에 혈뇨가 생긴다.

호두까기병은 주로 날씬한 사람에게 많이 나타난다. 마른 사람은 배 속에 완충 역할을 하는 지방이 적어 혈관이 쉽게 눌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혈관이 변형돼 살이 찐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김 원장은 “호두까기병은 콩팥의 구조 이상을 진단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최근에야 진단할 수 있는 병이지만 생각보다 환자가 많다”며 “진단을 정확히 하면 호두까기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지 않아도 되므로 환자가 편히 생활할 수 있다”고 했다.

호두까기증후군은 게다가 만성콩팥병이 아니므로 약물로 치료할 필요가 없다. 젊고 날씬한 환자라면 나이가 들면서 체중이 늘면 저절로 증상이 좋아진다. 김 원장은 “콩팥이 눌리지 않으면 괜찮아지므로 누워서 쉬거나 잘 때 똑바로 눕는 것보다는 왼쪽 옆으로 눕거나 엎드리는 자세를 취하면 정맥이 덜 눌리게 된다”며 “자세 교정을 통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고 했다.

호두까기병을 호전하려면 되도록 오래 서 있지 말아야 한다. 아주 드물지만 혈뇨가 심하다면 왼쪽 콩팥을 떼내 오른쪽 복부 쪽으로 옮기는 수술을 할 필요도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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