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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What] e스포츠판 흔드는 ‘그리핀 카나비 사건’이 뭐길래?

입력
2019.11.2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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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 게임 유망주 장기계약 논란…하태경 의원 “게임판 아이돌 노예계약 사건”

靑 국민청원 게시 하루 만에 7만 동의

지난해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진행된 ‘2018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4강전. 라이엇 게임즈 제공
지난해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진행된 ‘2018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4강전. 라이엇 게임즈 제공

‘카나비’를 아시나요?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ㆍ롤)’ 게이머들 사이에선 유명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에겐 생소할 수도 있는데요. 카나비는 e스포츠 롤 프로팀 그리핀에서 활동 중인 프로게이머 서진혁(18)군을 부르는 게임상 닉네임입니다. 미성년자인 서군은 롤 게임계에서 미래가 촉망되는 초특급 유망주로 꼽히죠.

그런데 최근 카나비의 이름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습니다. 이른바 ‘그리핀 카나비 사건’ 때문입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사건을 불공정 사기ㆍ협박 사건으로 규정하고 검찰 수사를 촉구하면서 공론화됐는데요. 급기야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했어요. 하루 만에 동의 수 7만 1,000여명을 기록했으니,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하기엔 대중의 관심이 상당한 셈입니다. 그리핀 카나비 사건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시선을 끌까요.

이번 사건의 논란 지점을 요약하면 그리핀의 조모 전 대표가 미성년자인 서군을 속여 해외 구단에 이적시키려 했다는 겁니다. 조 전 대표가 서군을 중국 프로팀 징둥게이밍(JDG)에 임대하고, JDG와 서군의 이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이적료를 챙기기 위해 서군을 압박해 5년 장기계약을 맺게 했다는 건데요. 이를 두고 하 의원은 “게임판 아이돌 노예계약 사건”이라고 정리하기도 했답니다. 서군과 그의 부모가 관련 법을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그리핀이 서군의 노예계약을 이끌고 거액을 뽑아내려다 들통이 났다는 주장이죠.

사건은 ‘씨맥’(닉네임) 김대호 전 그리핀 감독이 온라인 방송을 통해 폭로하면서 알려졌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조 전 대표는 지난 12일 그리핀 대표 직을 공식 사임했어요. 그러나 조 전 대표는 최근 언론매체 인터뷰를 통해 김 전 감독의 주장을 부인했고, 형사고소를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그리핀 카나비 사건'과 관련 재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했다. 이 청원은 게재 하루 만에 동의 수 7만여명을 돌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그리핀 카나비 사건'과 관련 재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했다. 이 청원은 게재 하루 만에 동의 수 7만여명을 돌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롤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한국e스포츠협회(KeSPA)로 구성된 LCK 운영위원회는 이 사건 관련 조사를 벌여 20일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 발표 이후 논란이 더 커졌습니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 행위 아니냐는 지적 때문입니다.

LCK 운영위원회는 조 전 대표뿐 아니라 사건을 폭로한 김 감독도 무기한 출전 정지 조치를 내렸고, 그리핀에는 벌금 1억원을 부과했죠. 김 감독을 징계한 이유에 대해서는 “(김 감독이) 그리핀 감독으로 재직할 당시 일부 선수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다는 제보를 접수했다”며 “LCK 리그 내에서 부여 받은 감독이라는 지위에서 이루어진 폭언 및 폭력적인 행위는 더욱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어요.

그러나 하태경 의원은 “김 감독은 보호 대상이고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이지, 징계 먹고 보복 당해야 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내부고발자가 상을 받기는커녕 보복을 당한다면 누가 우리 사회 정의를 위해 내부 불법비리를 고발하겠나”라고 꼬집기도 했죠. 그는 또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e스포츠에 또 다른 피해자가 없는지 정부 차원의 강력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e스포츠 시장에는 서군 외에 이제 막 성인이 됐거나 미성년자인 선수들이 많습니다. 어린 선수들은 법률 정보에 상대적으로 취약해 계약 과정에서 부당한 피해를 입기 쉽죠. 선수 생명이 길지 않은 시장 특성상 5년 계약은 노예계약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게이머들의 중론입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선수들이 날개를 펼쳐보기도 전에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e스포츠계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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