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남북관계를 묶어 놓고는 북미관계 역시 일정 수준 이상으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남북간 교류ㆍ협력 사업에 대한 제재 완화 등 미국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미국평화연구소(USIP)에서 통일부 주최로 열린 ‘코리아글로벌포럼(KGFP)’에서 ‘남북미 삼각관계의 전환’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남북ㆍ북미ㆍ한미 세 개의 양자관계가 보조를 맞춰 선순환할 때 한반도 문제에서도 진전이 이뤄져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먼저 그는 “남북관계가 좋을 때 북핵 위협이 줄어든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역사적 경험”이라며 “지난해 우리는 남북관계가 선행하며 북미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이끄는 것을 직접 경험한 바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해 판문점과 평양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부터 차근차근 이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강산 관광 재개 △동해안 일대 남북공동 관광지대 조성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북미관계에 대해선 “협상의 동력을 잃지 않도록 가능한 조기에 (북미간) 후속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양측간 초기 신뢰 구축을 위한 창의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 방안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밝힌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3대 원칙’, 즉 △전쟁불용 △상호간 안전보장 △공동번영을 제안했다.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항구적 평화체제로 전환(종전선언ㆍ평화협정 등)하고, 북미 대화 기간 중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하며, 대북제재를 완화해 비핵화와 경제 발전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김 장관은 “제재 완화가 어느 단계에서 어느 범위로 이뤄져야 하는지가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며 “보다 유연하게 창의적인 접근도 가능하며, 남북관계도 중요한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광범위한 제재 완화 대신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남북간 경협카드를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보상 중 하나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김 장관은 “북한이 연말이란 시한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올해가 가기 전에 한두 번의 기회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중요한 것은 이 기회가 무산된다면 언제 다시 이런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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