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국면에서 진보 진영에 쓴 소리를 해온 진중권(56) 동양대 교수가 “문재인 정권이 ‘조국기부대’(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강성 지지자들을 태극기부대에 빗댄 조어)를 청산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진단했다. 내 편만 바라보고, 다른 목소리를 배척하는 편협한 정치와 결별하지 않고선 또 다른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일갈이었다.
진 교수는 대표적인 진보논객이지만, 조 전 장관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힌 뒤로 조 전 장관 지지세력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아왔다. 현학적 예술 담론을 대중에게 넓고 깊게 전달해온 미학자이기도 한 진 교수는 최근 ‘미학스캔들-누구의 그림일까’를 펴냈다.
진 교수는 18일 한국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조국 사태에서 드러난 진보 진영의 근본적 문제로 ‘반성의 목소리조차 나올 수 없는 배타성’을 꼽았다. 진 교수는 “조국 사태에서 불거진 공정성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누구나 지켜야 할 룰이자 윤리였지만, 이를 지키지 못하면서 진보가 이끌어왔던 서사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더 큰 문제는 잘못된 판단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하는데 그런 메시지를 내는 메신저를 공격해 무력화시키다 보니 반성 자체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가 됐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극단적 진영 논리에 사로 잡혀 정치권뿐 아니라 학계, 언론, 시민단체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임기 반환점을 돈 문재인정권에는 지리멸렬하고 비전 없는 보수 야당의 반사이익에 기대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 교수는 “보수가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까 이 정도 해도 되겠지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 결국 똑같아질 수 밖에 없다”며 뼈를 깎는 반성과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식PD yskit@hankookilbo.com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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