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결합상품 중 신탁 비중 90%, 수익 위축 비상… “공모형 신탁은 허용을” 요구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 금지’라는 직격탄을 맞은 은행권엔 요즘 비상이 걸렸다. 특히 사모펀드뿐 아니라 49조원 규모의 신탁상품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은행들 사이에선 “언제는 손쉬운 이자장사만 하지 말라더니 이제는 예ㆍ적금만 팔라는 말이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공모형 상품’ 판매를 허용해 달라는 대안 아이디어도 부상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그간 은행들은 파생결합상품 판매를 꾸준히 늘려왔다. 예대마진에 의존해 조 단위 수익을 내는 영업행태를 두고 ‘이자장사’라는 비판이 커지면서 수익구조를 다각화하려는 취지였다. 당국도 이를 장려했다.

덕분에 5개 시중은행(신한ㆍ국민ㆍ하나ㆍ우리ㆍ농협)의 파생결합상품(DLFㆍDLTㆍELFㆍELT) 판매액은 2015년 약 34조원에서 지난해 56조원으로 약 66% 늘었고, 판매수수료 이익도 3,236억원에서 5,463억원으로 약 69%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고위험(고난도) 투자상품’ 판매를 아예 금지 당할 위기에 처하자 은행들은 당혹해 하고 있다. 특히 은행은 사모펀드보다 신탁상품이 판매금지 대상에 포함된 것에 더 큰 우려를 나타낸다. 지난해 5개 시중은행이 판매한 파생결합상품(55조9,131억원) 중 주가연계신탁(ELTㆍ47조4,411억원)과 파생결합증권신탁(DLTㆍ1조3,770억원) 등 신탁 상품(48조8,181억원) 비중은 90%에 육박했다.

올해 문제가 된 파생결합펀드(DLF)는 2조6,115억원, 주가연계펀드(ELF)는 4조4,836억원에 불과하다. 고위험 투자상품이라는 단서가 달리기는 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7조원 규모 펀드 때문에 49조원 규모의 신탁시장까지 위태로워진 처지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은 비이자이익 창출에 방점을 둔 성과평가 체계나 상품 수수료에 기반한 사업계획도 대거 조정해야 할 판이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당국의 대책 발표 이튿날인 지난 15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주재한 금융업계 간담회에서 이례적으로 “저금리와 고령화 시대 중요한 자산증식 수단인 신탁이 규제 대상에 포함돼 안타깝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은행권은 20일 금융위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고난도 상품의 기준이 모호하고, 신탁도 펀드처럼 공모와 사모를 구분해 공모 상품은 허용해 달라”고 당국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이날 “신탁은 사실상 사모라고 하는데, 신탁을 (공모와 사모로) 분리만 할 수 있다면 (공모 신탁을) 장려하고 싶다”며 여지를 남겼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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