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공동 연구 결과… “국가간 협의 기초자료로 부족” 지적
12~3월 고농도 땐 ‘중국發’ 70%인데 , 中 입김에 연평균치만 공개
우리나라 초미세먼지(PM2.5) 중 32%는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며, 국내에서 발생한 것은 절반에 불과하다는 한중일 정부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국정부가 자국의 미세먼지 영향을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국민 건강에 큰 영향을 주는 고농도 시기(12~3월)에 대한 분석결과는 빠져 국가간 협의의 기초자료로 쓰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20일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조사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제 공동연구(LTP)’ 요약 보고서를 공개했다. 한중일 과학자들이 2000년부터 2017년까지 한중일 3국의 대기오염물질과 초미세먼지를 추적 연구한 결과로, 미세먼지의 국가 간 기여율(영향을 준 비율)을 인정하는 3국 정부차원의 첫 공식 연구다. 보고서는 당초 지난해에 공개되기로 했으나 중국 측의 이견을 넘지 못해 연기됐었다. ‘한국ㆍ일본의 배출량은 2013년 자료를 사용한 반면 중국은 2008~2010년 자료를 사용했다’며 자국에 불리하다는 이유였다. 이번 연구는 중국의 문제제기에 따라 2017년까지의 최신 자료를 반영했다.
연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서울ㆍ대전ㆍ부산 등 우리나라 3개 도시에 중국발 초미세먼지가 미치는 영향은 연평균 32%로 나타났다. 일본 도쿄ㆍ오사카ㆍ후쿠오카에 대한 중국 초미세먼지의 영향도 연평균 25%였다. 반면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배출원의 중국 베이징ㆍ톈진ㆍ상하이 등 6개 도시에 대한 영향은 연평균 2%에 불과했다. 일본에 대한 영향은 8%다. 일본의 경우 한국 2%, 중국 1%로 다른나라에 미친 영향이 거의 없었다.
각국 주요도시의 초미세먼지 자체 기여율은 한국이 연평균 51%, 일본 55%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초미세먼지의 절반 정도가 국내 요인으로 발생했다는 뜻이다. 중국의 초미세먼지 자체기여율은 91%로 대부분이 국내 요인으로 발생했다.
다만 이번 결과는 한해 평균치를 계산한 결과로 미세먼지 고농도시기 측정치와 큰 차이를 보인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력이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학원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심각했던 지난 1월 전국의 미세먼지 국외기여도는 최대 82%까지 치솟았다.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도 “이중 중국 기여율이 70%포인트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수치는 각국 분석치의 평균값인데, 중국 연구진이 분석한 자국의 미세먼지 기여도는 한국ㆍ일본 연구진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다. 예를 들어 서울의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 기여도를 한국ㆍ일본 연구진은 39%로 분석한 반면, 중국 연구진은 23%에 불과하다고 분석하는 식이다. 장 원장은 “국가별로 최적화된 모델을 선택해 사용했기 때문이 결과값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3국이 합의한 결과값만 공개했다.
연평균치만을 공개한 건 중국 연구진이 내용 공개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유제철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은 “23~24일 한중일 환경장관회의를 앞두고 발표 수준을 정하면서 요약된 부분만 공개하기로 한 것”이라며 “(고농도시기 수치 등) 상세한 내용은 발표하지 않기로 된 게 아니라 추가 논의가 필요한 것”라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가 미세먼지 저감정책 수립과 국가간 협의를 위한 과학적 기초자료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한계는 뚜렷하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우리 국민들의 관심은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 중국의 영향, 국내 영향을 명확히 확인하고 이에 따라 효과적인 노출저감정책이 수립되는 것”이라며 “평균치 확인에서 나아가 월별 기여도 및 평균과 차이를 비교해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중일 3개국의 대기 중 오염물질 농도는 꾸준히 감소 추세였다. 각국의 배경농도 관측지점에서 2000~2017년 장기 관측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황산화물(SO2), 질소산화물(NO2),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모두 감소세였다. 특히 전국 규모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2015년 대비 한국 12%, 중국은 22% 감소(2018년 기준)했으며, 일본은 12% 감소(2017년 기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보고서 발표가 연기되면서 중국의 최근 저감노력이 반영돼 중국측 감소치가 높게 나타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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