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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주 대표 “식물서 백신 생산… 동물보다 키우는 비용 적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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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주 대표 “식물서 백신 생산… 동물보다 키우는 비용 적어요”

입력
2019.11.21 04:40
수정
2019.11.21 07:52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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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등 해외서 주목, 포스코도 투자…아프리카 돼지열병 백신에 도전

손은주 ㈜바이오앱 대표가 1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지곡동 포항테크노파크안에 자리한 본사 연구실에서 일반 돼지열병(CSF) 백신을 생산하는데 이용되는 담뱃잎을 들어 보이고 있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손은주 ㈜바이오앱 대표가 1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지곡동 포항테크노파크안에 자리한 본사 연구실에서 일반 돼지열병(CSF) 백신을 생산하는데 이용되는 담뱃잎을 들어 보이고 있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시 남구 지곡동 포항테크노파크에 자리한 벤처기업 ㈜바이오앱. 이 회사 손은주(49) 대표는 식물체에서 백신을 만들어내는 독창적 기술을 갖고 있다. 그는 올 초 담뱃잎에서 추출한 물질로 돼지열병(Classical swine fever, CSF)을 예방하는 ‘허바백’을 내놨다. 시판 중인 전 세계 돼지열병 백신 가운데 식물체로 만든 백신으로는 최초다. 동물체로 만든 백신까지 합쳐도 세계 5번째다. 돼지열병은 최근 확산중인 아프리카 돼지열병(ASF)과는 종류가 다른 것으로, 과거 돼지콜레라로 불렸던 질병이다.

그가 개발한 허바백은 지난 4월 동물약품 허가기관인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았다. 지난 11일에는 백신으로 농식품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농림축산식품과학기술대상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손 대표는 “허바백은 담배의 한 품종인 니코티아나 벤타미아나에서 생산해 품목 허가를 받은 세계 최초의 바이오의약품이다”며 “바이러스를 배양해 백신으로 만들지 않고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식물체에서 백신을 생산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손은주 ㈜바이오앱 대표가 지난 11일 식물체에서 만든 백신 '허바백'으로 농식품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농림축산식품과학기술대상 산업포장을 수상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바이오앱 제공
손은주 ㈜바이오앱 대표가 지난 11일 식물체에서 만든 백신 '허바백'으로 농식품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농림축산식품과학기술대상 산업포장을 수상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바이오앱 제공

그는 경북대 유전공학과 박사출신으로, 같은 대학 의과대학과 포항공과대학교(이하 포항공대) 대학원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동물이 아닌 식물에서 단백질을 배양하고 추출하는 연구에 집중했다. 식물을 키우는 것이 동물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 백신으로 개발하면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손 대표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연구에 몰두해 2003년 ‘식물세포 단백질 이동 연구’라는 논문(박사과정)을 준비하던 중 이런 기술을 얻었다”며 “극빈층이나 세계의 가난한 나라도 혜택을 누릴 수 있겠다 싶어 식물을 택했다”고 말했다.

줄곧 연구원 생활만 해온 터라 초기에는 백신을 기업체에 넘기고 다른 연구에 집중하려 했다.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연구원을 거쳐 귀국한 뒤에도 포항공대 연구교수로 일했다. 하지만 2011년 마음을 바꿔 창업했다. 그는 “직접 한 번 백신을 만들어보자 싶어 회사를 차렸다”며 “창업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기술 하나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3년 정부 연구개발(R&D)사업 과제로 나온 돼지열병 백신 개발에 도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지원을 받아 6년의 연구 끝에 허바백을 내놨다. 식물 또는 약초를 뜻하는 허브(Herb)와 백신(Vaccine)을 합쳐 만든 말이다.

손은주 ㈜바이오앱 대표가 경북 포항시 남구 지곡동 본사 연구소 앞에서 담뱃잎으로 만든 돼지열병 백신 '허바백'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바이오앱 제공
손은주 ㈜바이오앱 대표가 경북 포항시 남구 지곡동 본사 연구소 앞에서 담뱃잎으로 만든 돼지열병 백신 '허바백'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바이오앱 제공

허바백은 백신이라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나는 마커백신이다. 백신은 살아있는 균을 시들시들하게 만든 ‘생백신’과 단백질에서 필요한 항원만 뽑아낸 ‘사백신’으로 나뉜다. 사백신은 실제 균을 주사하지 않기에 백신임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마커백신으로 불린다. 마커백신을 써야만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돼지열병 청정지역 또는 청정국으로 지정된다.

허바백은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 더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26년 만에 돼지열병이 발생, 최근 확산돼 비상이 걸렸다.

정작 국내서 외면 받고 있다. 오래 전부터 생백신을 써 무관심하고, 유일하게 청정화를 꾀하는 제주도는 허바백이 이제 출시됐다는 이유로 동물체로 만든 값비싼 외국산 마커백신을 쓰고 있다. 국내서 사용되지 않자 구입을 희망했던 일본도 망설이는 상황이다.

손은주 ㈜바이오앱 대표가 1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지곡동 포항테크노파크안에 자리한 본사 연구실에서 돼지열병 백신을 생산하는데 이용되는 담뱃잎을 들어 보이고 있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손은주 ㈜바이오앱 대표가 1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지곡동 포항테크노파크안에 자리한 본사 연구실에서 돼지열병 백신을 생산하는데 이용되는 담뱃잎을 들어 보이고 있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그는 “생백신은 부작용도 많은데 허바백은 마커백신이라 부작용도 없고 식물체에서 만들어 더 깨끗하다”며 “청청화가 절실한 제주도 등에서 믿고 구입해 썼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최근 전국 양돈농가를 불안에 떨게 한 ASF 백신개발에 들어갔다. 그는 ASF가 국내 발생하기 훨씬 전인 6월부터 러시아를 오가며 연구 중이다. 또 이미 포스코기술투자를 비롯한 유명 벤처캐피털 회사들로부터 100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혈혈단신으로 설립한 회사는 현재 38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손은주 대표는 “미국, 일본 선진국도 못하는 걸 국내 작은 벤처기업이 하겠냐 했지만 돼지열병 백신을 해내지 않았느냐”며 ”동물의약품 뿐만 아니라 인체용 백신, 나아가 치매 및 암 치료제 등 인체의약품 시장에도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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