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5월 심판 매수 사건이 발생한 뒤 전주월드컵경기장에 걸린 걸개들. 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 37년 역사에서 최악의 사건은 단연 심판매수와 선수 청탁을 통한 승부조작이 꼽힌다. 스포츠에서는 ‘공정성’이 가장 큰 가치인 만큼, 승부 조작은 리그 존재 의의에 의문을 품게 만드는 중차대한 사건이다. 가장 큰 후폭풍을 불러온 건 2015, 2016년에 드러난 심판 매수 사건이다. 전북 소속의 한 스카우트가 2013년 1월부터 10월까지 100만원씩 5번의 뒷돈을 2명의 심판에게 전달했고, 8번의 경기 판정에 해당 심판들이 관여했다는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는 안종복 경남 사장의 심판 매수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다. 연이어 터진 구단과 심판의 불법 유착에 팬들의 분노는 들끓었다. 전북은 해당 스카우트의 혐의를 인정했지만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발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당시 프로축구연맹의 대처도 미흡했단 지적도 많다. 연맹은 상벌위원회를 통해 전북에 승점 9점 삭감과 벌금 1억원의 징계를 내렸다.

유럽 빅리그에서도 심판매수와 비슷한 사건으로 휘청거린 적이 있다. 2006년 이탈리아 축구계는 물론 세계 축구계에 충격을 안긴 ‘칼치오폴리’ 스캔들이다. 세리에A 최고의 명문 구단 가운데 하나로 꼽히던 유벤투스의 루치아노 모지 전 단장이 인맥을 이용, 심판 배정에 관여하고 유벤투스에 불리한 판정을 한 심판들을 공격하고, 세금 포탈 등 각종 비위를 저지른 사실이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유벤투스는 전 두 시즌 리그 우승을 박탈당했고, 2부리그로 강등됐다. 사건에 연루된 AC밀란, 피오렌티나, 라치오 등은 간신히 1부리그에 잔류했지만 승점 삭감 징계를 받았다. 이후 세계 최고의 리그였던 세리에A는 완전히 하향세로 돌아섰다.

정몽규(왼쪽에서 세번째)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가 지난 2011년 5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승부조작 파문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K리그 16개 구단 선수와 코치진, 사무국 임직원 등 1천여 명은 31일부터 1박2일 동안 승부조작과 관련한 부정·불법행위를 근절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워크숍을 갖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K리그 선수들이 직접 연루됐던 2011년 대규모 승부조작 사태도 심판 매수건 못지 않았다. 당시 경찰 수사 결과 리그 전체 선수 중 무려 9%인 59명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 중 47명이 선수자격 박탈과 함께 영구제명 됐다. 지난해엔 국가대표 출신 장학영(38)이 아산무궁화 이한샘(30)에 승부조작을 제의했다가 이한샘의 신고로 긴급 체포됐다. 여전히 K리그가 ‘승부조작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방증이다.

선수들의 음주운전도 꾸준히 반복되는 문제다. 지난해 말 올림픽대표 출신 이상호(32)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유죄를 선고 받았지만, 올해 들어서도 김은선(31), 우찬양(22), 박태홍(28), 최준기(25)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징계를 받았다. ‘프로의식’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구단 관계자의 횡령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2016년 K리그 챌린지(2부리그) 고양 자이크로가 유소년 축구 지원을 목적으로 수억원의 국고 지원금을 받아 부정 사용했고, 2018년에는 조태룡 전 강원 대표가 광고료를 유용하고 거액의 인센티브를 수령하는 등 업무상 횡령과 직권남용을 저질러 2년 직무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외에도 2015년 외국인 선수 몸값을 부풀린 이면계약으로 10억원 이상을 편취한 에이전트 전횡 사건, 2017년 인천-전남전에서 발생한 팬들의 난입 및 폭력 사태 등이 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차승윤 인턴기자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포츠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