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3선 김세연 의원이 17일 오전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한 뒤 국회 정론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올 초 자유한국당 입당 한 달여 만에 ‘친박’을 등에 업고 당권을 쥔 황교안 대표가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 원장에 김세연 의원을 임명한 것은 의외였다. 복당파이자 비박계인 그를 요직에 발탁해 계파 화합 의지를 과시하려는 뜻으로 읽혔지만 질시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이후 그는 신주류로 분류됐으나, 6월 초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황 대표가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하려면 종로 출마를 결단하는 것이 정공법”이라고 말해 다시 눈길을 끌었다. 한국당을 떠난 민심을 잡으려면 지도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 이런 주문은 여연이 다양한 ‘꼰대 탈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산업화 시기에 청년기를 보낸 대다수 보수세력이 민주화 시대를 보낸 40ㆍ50대를 끌어안고 번영의 끝물만 맛본 20~30대를 이해하려면 ‘셀프 디스’를 감수하고라도 시대 변화에 걸맞은 소통 능력과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당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아무리 유익하고 좋은 이야기라도 세대간 주파수가 다르면 소음에 그칠 뿐”이라며 “선배 세대의 노고와 희생은 강요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책임과 헌신으로 존중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 의원이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지도부 사퇴와 당 해체를 요구하자 한국당이 호떡집에 불난 것마냥 시끄럽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이고 “생명력을 잃은 좀비이자 버림받은 정당”이라는 찬물을 뒤집어썼으니 ‘먹던 우물에 침 뱉는 내부 총질’이라는 불만이 들끓는다. 하지만 더 아픈 것은 그가 “감수성도, 공감 능력도, 소통 능력도 없고, 비호감도는 역대급 1위니 도태만 남았다”며 파산선고를 한 대목이다. 최근 30ㆍ40대 당협위원장들의 쇄신 요구에 지도부가 “배후 색출”로 대응한 것이 ‘거사’의 결정적 계기였단다.

□ 요즘 한국당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좀비와 민폐를 빗댄 자조적 인사가 유행이라고 한다. “당과 동료를 풍비박산내고 혼자만 스타된” 김 의원을 향해 모종의 거래설을 제기하는 등 독설도 서슴지 않는다. 평소 그답지 않게 거칠고 모욕적인 발언이지만 ‘좀비씨와 민폐씨’만 넘쳐나는 한국당에 충격을 주려 했다면 상당 부분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밥상을 차려주어도 주린 배를 움켜쥐고 우왕좌왕하는 정당”(오세훈 전 서울시장)임이 백일하에 드러났는데, 답은 단식이니 말이다. 좀비씨와 민폐씨, 밤새 안녕하신지요?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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