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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 예능 30일 첫선… ‘인기의 희열’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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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 예능 30일 첫선… ‘인기의 희열’ 노린다

입력
2019.11.21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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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씨름의 희열’ 방송… 최근 벼락인기에 선전 기대 

KBS2에서 30일 방송 예정인 '씨름의 희열'. KBS 제공
KBS2에서 30일 방송 예정인 '씨름의 희열'. KBS 제공

지난 추석은 올해 방송가의 큰 분기점이었다. EBS ‘자이언트 펭TV’의 주인공 펭수와 배우 김응수가 추석연휴를 거치며 깜짝 스타로 부상했다. 스포츠에선 씨름이 별안간 큰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8월 경북 김천시에서 열린 학산배 전국장사 씨름대회 단체전 결승 경기 영상이 뒤늦게 주목받았다. 20대 경량급 선수들이 펼치는 박진감 넘치는 시합에 호응이 쏟아졌다. 몸무게 140㎏에 육박하는 천하장사와 달리 태백장사(80㎏ 이하)와 금강장사(90㎏ 이하)는 그동안 덜 알려져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벼락같은 인기몰이를 바탕으로 씨름 예능프로그램이 첫 방송된다. 30일 첫선을 보이는 KBS2 ‘씨름의 희열’은 태백ㆍ금강급 선수 16명이 경량급 천하장사인 태극장사를 두고 경쟁하는 모습을 그린다. 1980년대 이만기 이준희 강호동 등 스타 선수들을 앞세워 큰 인기를 모으다 1990년대 이후 쇠락한 씨름이 방송을 발판 삼아 옛 영화를 재현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KBS에서도 반신반의한 기획이었다. 공영방송으로서 명절마다 씨름대회를 중계했지만, 화제성은 없다시피 했다. 사내에선 인기 없는 스포츠로 제작한 예능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겠느냐는 의문이 컸다. 이훈희 제작2본부장마저도 처음엔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씨름의 희열’의 최재형 CP(책임 프로듀서)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KBS 신관에서 열린 신규프로그램 설명회에서 “프로그램 기획 논의가 시작된 때가 7월 초”라며 “상당한 모험이라 생각했는데, 거짓말처럼 추석을 기점으로 온라인에서 씨름이 화제가 돼 다행스러웠다”고 밝혔다.

모래판 밖은 벌써부터 분주하다. 몇몇 스포츠 에이전시는 이미 선수들과 접촉 중이다. 광고 계약 논의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한씨름협회는 프로그램 출연자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KBS와 협의해 태극장사 경기의 일부 반칙규정도 다듬었다. ‘씨름선수는 뚱뚱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체급별 몸무게도 낮추는 추세다. 이승삼 대한씨름협회 사무처장은 “시합은 물론 훈련에서 드러나는 씨름선수의 진솔한 모습도 방송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3회까지 방송되면 씨름 인기가 확 올라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KBS2에서 30일 방송 예정인 '씨름의 희열'에 출전하는 황찬섭 선수. KBS 제공
KBS2에서 30일 방송 예정인 '씨름의 희열'에 출전하는 황찬섭 선수. KBS 제공

선수도 설레긴 마찬가지다. 난생 첫 스포트라이트에 얼떨떨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경량급 씨름장사는 그간 천하장사 등에 가려져 있었다. 몸값도 낮았다. 지난해 학산배 씨름대회 단체전 결승 경기 영상의 주인공이자 ‘씨름의 희열’ 출연자인 황찬섭(22) 선수는 “한평생 씨름하면서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보겠냐는 마음으로 (촬영과 경기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며 “씨름이 대중화돼서, TV에 출연하지 않은 선수도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1라운드만 통과해도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덩치 작은 사람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씨름 대신 선수 외모만 부각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유명 스포츠에 비해 경기 규정이나 선수 기술이 덜 알려진 점도 프로그램의 약점이다. 제작진은 ‘씨름의 희열’이 방송되면 자연스레 해소될 문제라고 낙관한다. 최 CP는 “대한씨름협회에서 선정한 랭킹 순서대로 프로그램 출연자를 선발했다”며 “현재는 외모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프로그램의 주된 내용은 씨름 경기고 선수 실력도 상위권”이라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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