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시타 나루시게(道下德成)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학 부학장은 오는 23일 오전 0시를 기해 효력을 만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과 관련해 “한국이 ‘한미동맹을 위해 결단했다’고 주장하면서 유지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며 “이 경우 일본의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이 ‘지소미아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이상하다”며 “(종료 결정은) 안전보장 측면에서 나온 발상이 아니라 국내 정치 논리로부터 유도된 산물”이라고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동북아 안보 전문가인 미치시타 부학장은 20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한국 정부가 ‘한미동맹을 지키기 위해 결단했다”고 주장하고, 일본을 비판하면서 (지소미아) 유지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럴 경우 미국은 ‘한국이 이성적인 판단을 했다’고 평가하면서 ‘일본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대응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가 임박한 순간 유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이는) 매우 기쁜 상황이지만 일본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입장에 빠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계기였던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의 원상회복이 있어야 재검토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또 “한국에선 ‘지소미아를 통해 한국 측이 일본에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메리트가 없다’는 오해가 있다”며 “그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일본 열도를 지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보유하면서 일본밖에 수집할 수 없는 정보가 매우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전문가들도 이 같은 사실을 이해하고 있지만, “일본의 편을 들고 있다”는 비판 때문에 말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소미아 유지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과 관련해 “일본 이상으로 지소미아 종료를 싫어하는 게 미국”이라며 “미국은 일본과 달리 전선(한반도)에서 한국과 함께 목숨을 걸고 방위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을 (미국의 방위 도움을 받는) 한국이 말하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소미아 파기를 계기로 주한미군 철수 등을 다시 꺼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배경으로 국방비 증가와 국내총생산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 등을 살펴볼 때 ‘힘을 길러왔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자국 방위 태세를 약화시킬 수 있는 정도가 됐다고도 했다. 그는 “지소미아 종료에 따라 단기적인 이득을 보는 것은 북한과 중국”이라며 “미국의 관여가 약해지는 것이 예상되는 만큼 한국의 입장도 매우 약해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일동맹이 일본뿐 아니라 한국의 방위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시스템은 한미동맹, 미일동맹과 이를 지지하는 일본의 법제,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이 있다”며 “일본의 MD 시스템은 일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의미도 있지만 주일미군을 지켜주면서 한반도 유사 시 미군이 일본 내 기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케다 도쿠히로(池田德宏) 전 해상자위대 구레(呉)지방총감도 같은 신문에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는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일본 자위대의 초동 대응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그는 “탄도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조기경계위성을 통해 열원을 탐지하면서 알 수 있고 정보는 실시간으로 일본에 전해지는 구조”라며 “이를 받아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과 항공자위대의 레이더 기지에서 미사일을 탐지, 추적하면서 착탄 지점을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일본은 가능한 한 자국 방위를 위한 장비를 도입하고 있으며 부족한 부분은 미국 정보로 보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지소미아의 효용과 관련해선 “정보 교환의 규칙을 정한 것으로, 체결국 간의 신뢰가 향상되는 의미가 있다”며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초동 대응 외에 핵ㆍ미사일 개발 정보 등 한국이 독자적으로 입수한 정보가 일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일의 연계가 무너진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는 게 단점”이라며 “이는 한미일에 맞서온 북한, 중국, 러시아에 끼어들 틈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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