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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그곳에선] ‘과메기’철 앞두고 꽁치 실종… 구룡포 비상

입력
2019.11.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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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원양산ㆍ국내산 모두 부족, 크기도 작아 상품성 하락 

과메기 제조업체인 경북 포항 남양수산 직원이 20일 남구 구룡포읍 병포리 덕장에서 원료인 꽁치를 말리고 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과메기 제조업체인 경북 포항 남양수산 직원이 20일 남구 구룡포읍 병포리 덕장에서 원료인 꽁치를 말리고 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과메기 주산지 경북 포항시 구룡포 일대에 비상이 걸렸다. 찬바람이 불면서 본격적인 과메기 철이 왔지만 원재료인 꽁치가 없기 때문이다. 박정수 구룡포읍 삼정3리 어촌계장은 해마다 10월 중순부터 꽁치를 통째로 말리는 ‘통마리 과메기’를 생산해 짭짭한 수입을 올렸지만 올해는 한 달째 덕장을 비워놓고 있다. 지난달부터 반입되는 꽁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크기도 작아 채산성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박정수 어촌계장은 “과메기로 만드는 꽁치는 말릴 때 기름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지방이 많아야 하는데 올해는 크기가 너무 작고 기름이 하나도 없다”며 “물량마저 적어 가격이 너무 비싸 포기했다”고 말했다.

20일 과메기 본산인 포항 구룡포읍 해안가에서 건조장에 널어놓은 꽁치를 바라보는 어민들의 표정에는 시름이 가득했다. 물량도 없는 데다 어렵게 구한 꽁치로 말려도 기름기가 적어 꾸덕꾸덕해야 할 과메기가 불에 탄 것처럼 말랐기 때문이다.

과메기 제조업체 포항 남양수산 관계자는 “살이 통통한 것으로 일부러 골라내서 말리는데도 반으로 가른 꽁치가 서로 들러붙을 정도로 지방이 없다”며 “윤기가 좌르르 흘러야 하는데 바싹 말라 애가 탄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 구룡포읍의 겨울철 특산품인 과메기. 과메기 재료인 꽁치 어획량이 올해 급감한데다 크기도 작아 생산업체마다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 구룡포읍의 겨울철 특산품인 과메기. 과메기 재료인 꽁치 어획량이 올해 급감한데다 크기도 작아 생산업체마다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이는 구룡포 과메기 원료인 북태평양에서 꽁치가 안 잡히기 때문이다. 과메기는 청어과메가가 원조다. 하지만 청어 어획량이 1960년대부터 급감하고, 조업기술의 발달로 북태평양 등 먼바다 어업이 활발해지면서 원양산 꽁치가 대신했다. 특히 꽁치는 가시도 적고 기름기도 많아 품질이 좋다 보니 이제 과메기용으론 북태평양에서도 8월 중순에서 9월말까지 러시아어장에서 잡히는 꽁치를 최고로 친다. 이때쯤 러시아어장을 헤엄치는 꽁치는 먹이인 크릴새우를 다 흡수한 상태로, 몸집이 가장 크고 지방함량이 높다. 말리면 몰캉한 식감과 함께 고소한 맛을 내 과메기로 만들면 최상품이다.

하지만 올해 꽁치 어획량은 국내산과 원양산 모두 급감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연근해산 230톤으로 지난해 전체 637톤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원양산도 4,467톤, 지난 한 해 2만3,701톤의 20%에도 못 미친다. 일반적으로 꽁치 조업은 9월말로 끝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올해 전체 물량으로 파악된다. 국내 연근해산과 원양산 꽁치 모두 물량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과메기 제조업체인 경북 포항 남양수산 직원이 20일 남구 구룡포읍 병포리 생산공장에서 세척한 꽁치를 대나무 살에 걸고 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과메기 제조업체인 경북 포항 남양수산 직원이 20일 남구 구룡포읍 병포리 생산공장에서 세척한 꽁치를 대나무 살에 걸고 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더 큰 문제는 과메기용 러시아어장 꽁치는 제로 수준이라는 데 있다. 과메기용 꽁치를 잡는 500톤 규모의 부산지역 ‘봉수망’어선 11척은 러시아에 척당 8,000만~1억원의 입어료를 냈지만 허탕을 쳤다. 김광식 ㈜바다사랑 대표는 “30년간 원양산 꽁치를 취급했지만 올해처럼 안되기는 처음”이라며 “북태평양 수온이 점점 올라가면서 꽁치 먹이인 크릴새우가 줄었고, 먹이사슬이 망가지면서 꽁치도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과메기용 꽁치는 한 마리에 125g 정도 돼야 하지만 올해는 100g짜리도 보기 어렵다. 10㎏ 한 상자를 채우는데 80마리면 됐지만 100마리를 넣어도 겨우 채우는 실정이다.

몸집은 작아졌는데 물량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하면서 과메기 생산어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6, 7월에 들어온 꽁치 10㎏ 한 상자는 3만원선으로 지난해 1만3,000원의 2.3배나 된다.

김영헌 경북 구룡포과메사업협동조합장이 20일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에 위치한 조합 사무실 1층 창고에서 과메기 생산업체에 판매되는 택배용 상자를 살펴보고 있다. 과메기협동조합에는 제조업체 200여곳이 가입돼 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김영헌 경북 구룡포과메사업협동조합장이 20일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에 위치한 조합 사무실 1층 창고에서 과메기 생산업체에 판매되는 택배용 상자를 살펴보고 있다. 과메기협동조합에는 제조업체 200여곳이 가입돼 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구룡포 어민들은 내년이 더 걱정이다. 겨울 한 철 500억원의 과메기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는 100억원도 어려울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구룡포에는 과메기사업협동조합에 200여개 업체가 등록돼 있고, 2,00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김영헌 구룡포과메기사업협동조합장은 “올해는 일반구이용 꽁치라도 확보해 과메기로 말리고 있지만 내년에는 이마저 잡히지 않을까 걱정이다”며 ”일본처럼 어획량 조사부터 면밀히 해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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