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기자회견서 “부자나라 한국 더 많이 기여해야”…방위비 증액 압박
대북 문제 관련 “양쪽에 준비돼 있다고 확신”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15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 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P 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19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해 한국을 ‘부자나라’라고 재차 언급하며 대폭 증액을 압박했다. 특히 그는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추측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방위비 협상 추이에 따라 주한미군 규모를 연계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을 방문 중인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필리핀 국방장관과 공동 기자회견 도중 한미 방위비 질문이 나오자 “내가 며칠 전 공개적으로 말했듯이 한국은 부유한 나라”라며 “그들은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고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그 이상에 대해서는 (방위비 협상을 담당한) 국무부가 세부적인 사항을 해결하도록 남겨두겠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앞서 15일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대한민국은 부유한 국가이므로 조금 더 부담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고 조금 더 부담해야만 한다”며 공개 압박에 나선 바 있다.

에스퍼 장관은 또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우리가 할지도, 하지 않을지도 모를 것에 대해 예측하거나 추측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그는 “국무부가 (방위비)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이 논의들은 유능한 사람의 손(국무부)에 있다고 확신한다”며 “우리는 한 번에 한 발짝씩 내디디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한국시간으로 18~19일 한국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3차 협상이 거친 파열음 속에 80분 만에 파행한 후 나온 것이다. 특히 주한미군 감축 문제에 대해 답변을 피하긴 했으나, 방위비 인상 문제와 명확히 선을 긋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 카드로 여지를 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에스퍼 장관이 51차 SCM 공동성명에서 “현 안보 상황을 반영하여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준비태세를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에스퍼 장관은 아울러 대북 문제와 관련해 “나의 과제는 우리가 최고 수준의 준비태세를 유지해 북한의 나쁜 행위를 억지하는 데 준비돼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고 그게 실패하면 우리는 오늘 밤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는 우리가 지금 양쪽에 준비돼 있다고 완전히 확신한다”며 “우리는 미래에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연합공중훈련 연기 조치에도 불구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 북한에 대해 압박 메시지로 풀이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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