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그룹 김종민ㆍ박홍근 등 반발 “달은 가리고 허상만 쫓고 있어”
“임종석, 86용퇴 등 언급 안 해” 불출마 의중 싸고 설왕설래도
이철희 김종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임(任)의 선택’을 둘러싼 해석이 분분하다. ‘86그룹’의 대표주자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차기 총선 불출마가 던진 메시지가 여권 내에서 하나로 수렴되지 않은 채 설왕설래를 낳고 있다. 특히 ‘86그룹이 동반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놓고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린다.

◇박수칠 때 떠나라 vs 정치판을 바꿔라

임 전 실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17일 이후 더불어민주당에서는 ‘86그룹의 정치적 진로’가 연일 화두다. 스스로 86세대인 이철희 의원은 임 전 실장의 불출마를 86그룹 용퇴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쪽에 섰다. 이 의원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86세대가 퇴출돼야 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민심이) ‘어지간히 했다’ ‘마이 묵었다 아이가’ 이런 것 아닌가. 때를 알고 조금 일찍 떠나주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2016년의) 촛불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86세대가 이제는 할 만큼 했으니 당당하게 자랑스럽게 물러나도 된다’라는 기점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지난 달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역시 86세대인 김종민 의원은 ‘86세대의 불출마는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86세대가 시대의 명령을 얼만큼 실현했는지 반성할 대목이 있다”면서도 “단순히 불출마를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86세대 용퇴론이) 누가 출마를 한다, 안 한다는 점만 자꾸 부각을 시키는데, 그건 ‘손가락’일 뿐”이라며 “본질, 즉 ‘달’은 ‘우리 정치가 이대로는 안 된다,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된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자리 비켜라 vs 다음 세대 준비 안 돼

‘86그룹 용퇴론’이 직접 겨누는 대상이 누구냐는 반문도 불거졌다. 86그룹의 막내 격인 박홍근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물러나야 할 대상이) 86 중 누구냐고 물어 보면, (누구든) 딱히 누구라고 말을 못한다. 허상을 쫓고 있는 것 아니냐”고 용퇴론을 직격했다. 그는 또 “젊은 피로 수혈된 (86세대가) 당 대표를 하거나, 대통령이 되거나, 서울시장이 된 적이 있느냐”며 “늘 선배들을 위해 노력했지 주역이 돼 일해 본 경험이 없는데 선거를 앞두고 한바탕의 희생양, 제사상 희생양으로 삼는 건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능력, 실력, 진정성이 중요하고, 앞으로 각자 공천과 당선을 통해 검증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86세대인 이인영 원내대표와 우상호 의원도 ‘할 일이 남았다’는 논리를 들어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상태다. 이철희 의원도 18일 기자들과 만나 “86이라고 해서 다 나가라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어느 세대든 더욱 큰 역할을 할 분은 남아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1970년대생 이후 세대가 작게는 진보 진영을, 크게는 국가를 이끌 만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86세대의 진단이기도 하다.

◇임 전 실장 주변선 “86그룹 퇴진, 본인 뜻 아닐 것”

폭탄을 던진 임 전 실장의 명확한 의중은 정작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임 전 실장과 19일 의견을 나눴다는 여권 관계자는 "(86그룹 용퇴론을 불러 오려는)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다른 여권 인사 역시 “임 전 실장의 불출마는 86세대 용퇴 촉구와는 결이 다른 것으로 안다”며 “꿈이 있는 사람이니까 서울시장이나 대권 직행 등을 염두에 두지 않았겠냐”고 해석했다.

다른 임 전 실장의 측근은 "세대교체라는 것은 다른 분들이 해석하는 영역일 뿐, 임 전 실장이 떠나면서 직접 중진 및 86그룹의 용퇴를 언급한 바는 없다"며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기보다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하겠다는 취지를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 우선 맞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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