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을 찾아, 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의 32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선대 회장의 창업이념인 ‘사업보국(事業報國)’과 지난 1일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제시했던 ‘상생‘의 가치를 재차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선대 회장의 기일에 선영을 찾은 것은 3년만이다. 2017년에는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 수감돼 불참했었고, 지난해에는 해외 출장 일정 때문에 추도식에 앞서 미리 선영을 찾아 참배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어머니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과 함께 추도식에 참석했다.
특히 이날 추도식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전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추도식이 끝난 후 계열사 사장 50여명과 함께 식사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부회장이 계열사 전 사장단과 한자리에 모인 건 지난 2010년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사장단과 식사를 하며 이병철 선대 회장의 창업 이념인 사업보국을 강조했다. 사업보국은 기업을 통해 국가와 인류, 사회에 공헌하고 봉사한다는 뜻이다. 이 부회장은 “안팎의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흔들림 없이 경영에 임해줘 감사드린다”며 “선대회장의 사업보국 이념을 기려 우리 사회와 나라에 보탬이 되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의 위기가 미래를 위한 기회가 되도록 기존의 틀과 한계를 깨고 지혜를 모아 잘 헤쳐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사장단에게 상생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앞서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상생의 가치를 새로운 성장 전략이자 경영철학으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삼성 계열사 사장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재차 상생의 가치를 언급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으로 사회에 보탬이 되자는 선대 회장의 ‘사업보국’ 이념도 크게 보면 상생의 가치와 부합한다”며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 전 계열사들도 상생을 새로운 성장 동력ㆍ경영철학으로 삼아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병철 선대 회장의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경후 CJ ENM 상무,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등 CJ그룹 총수 일가는 이 부회장보다 앞서 선영을 찾았다. 삼성과 CJ는 지난 2012년 상속 분쟁이 불거진 이후 시간을 나눠 추도식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에선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 강희석 이마트 대표 등 계열사 사장단이 오후에 참배했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 등 신세계 총수 일가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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