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등과 통합도 쉽지 않을 것… 여의도硏 자진 사임할 생각 없어
‘자유한국당 해체’를 촉구하며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3선ㆍ부산 금정) 의원이 19일 “지난주 30ㆍ40대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쇄신을 촉구하며 당직을 사퇴했는데, 지도부는 심각성을 느끼기는커녕 주동자 색출을 지시했다고 한다”며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결정적 이유를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본보 인터뷰에서 “당내 소장파가 부재한 상황에서 혼자서 여러 명이 움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선 발언 강도를 최고조로 높일 수밖에 없었다”며 “지도부를 흔들거나 내부 총질 차원은 전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지부진한 보수통합 역할론에 대해 “요청이 있다면 고민해보겠다”면서도 “통합 전망이 밝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_불출마를 선언한 결정적 계기는 뭔가.
“정치에 대한 혐오, 자괴감이 누적됐지만 지난주 작은 사건들이 겹치면서 최종 결심했다. 12일에 30ㆍ40대 원외 당협위원장 6명이 ‘당을 해체하고 기득권을 내려놓자’며 위원장직을 사퇴했는데 지도부가 그 배후를 색출하라고 해 소동이 있었다고 들었다. 당직을 내려놓고 직언하는 용기를 높이 평가하고 이야기를 듣는 게 정상 아닌가. 이틀 뒤 총선기획단이 마련한 청년과의 대화(2020총선 디자인 워크숍) 자리에서 청년들이 ‘사회주의와의 전쟁’을 강조하는 한국당을 지적했는데 참석했던 의원들이 그것에 충격 받았다고 하더라. 상식적인 이야기에 충격을 받을 정도면 회생이 쉽지 않겠다고 봤다.”
_중진들은 ‘해당행위’라며 반발했다. 반면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대구 수성갑 대신 험지 출마를 선언했는데.
“제가 그 입장이 돼도 같은 반응(반발)을 보였을 것 같다. 비난에 개의치 않겠다. 저의 제안을 수용하는 건 각자 몫이다. 김 전 위원장님은 평소 존경하던 분들이신데 꼭 저의 제안 때문에 그런 결정을 했다고 보진 않는다.”
_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총선 승리’를 내세워 사실상 용퇴론을 거부했다. 특히 대선출마 의지가 있는 황 대표에게 총선 불출마는 정계은퇴 요구로 비쳐진다. 지난 6월에 종로 출마를 촉구하지 않았나.
“지도부 직책에서 물러나라고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아직 제 제안을 거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힘든 시기에 당을 어렵게 이끄는 두 분을 공격할 의사는 없다. 다만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당 해체와 총선 불출마를 고민하고 실천했으면 좋겠다는 차원이다. 이후 행보는 각자가 판단하는 것이지,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다.”
_불출마 선언문 언급처럼 한국당이 ‘좀비정당’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뭔가.
“다양성의 파괴 때문이다.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박계 내부에서 개혁적 목소리를 내는 소장파 그룹을 확인사살하면서 다양한 주관과 생각을 갖고 국민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이들이 국회에 들어오지 못했다. 다양성이 떨어지면서 집단적으로 획일적 사고에 빠졌고 쇄신 불가능한 상태까지 왔다.”
_비상대책위 체제로 가자고 할 순 없었나.
“비대위를 꾸리고 버티면서 소멸 시간을 늦추다 보면, 중도나 보수를 대변하는 새로운 주체가 나올 공간이 없어진다. 오히려 다른 당이 그 공간을 채우게 된다. 하루 빨리 해체해야 진정한 보수정당 역할을 하는 그룹이 출현할 수 있다.”
김 의원은 20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 말까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직 수행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부산시장 출마나 기업으로 돌아갈 생각도 없다고 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세운 동일고무벨트의 대주주다.
_보수통합 과정에서 역할이 필요하다고 하면 동참할 생각이 있나. (당 일각에서는 바른정당에 몸담아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김 의원을 적합한 통합메신저로 꼽기도 한다)
“요청이 있고 제 역할이 있다면 할 수는 있다. 다만 양측이 기본적 소통도 안 되는 지금 상황으론 통합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총선 불출마와 당 해체를 촉구한 이유 중 하나도 당이 쇄신할 수 있는 기회(통합)가 무산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_당 해체를 주장한 마당에 여의도연구원장직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일각에선 경질까지 요구한다.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서 마지막까지 연주에 열중했던 악단처럼 끝까지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불출마할 사람이 (총선 여론조사를 담당하는) 원장직을 제대로 하겠느냐고 하는데, 거꾸로 선거운동에 바쁜 사람이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자진 사임할 생각은 전혀 없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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