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 적대정책 폐기 요구 北, ‘몸값’ 올리다 낭패 보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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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 적대정책 폐기 요구 北, ‘몸값’ 올리다 낭패 보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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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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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달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미 실무협상을 마치고 귀국길에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북한이 연일 미국을 향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비핵화 협상의 전제로 요구하고 있다.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 결정을 평가절하하고 제3국의 실무 협상 중재도 거부했다. 자신들의 ‘연말 시한’ 배수진에 미국이 응한 것으로 보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다. 하지만 대선과 탄핵 등 복잡한 미국 정치 상황 때문에 어렵사리 물꼬가 트인 협상 판이 깨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북한은 제 몸값을 올리려다 낭패를 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 2인자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19일 담화에서 “미국은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전에는 비핵화 협상에 대해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핵화 협상의 틀 내에서 북미 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수립 문제를 논의하는 게 아니라 체제 안전 보장이 선행돼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무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도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북미 대화는 언제 가도 열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스웨덴을 통해 12월 중 협상 재개를 타진했음을 공개하면서 “미국은 제3국을 내세워 대화에 관심 있는 듯 냄새를 피우지 말아야 하며 스웨덴도 더 이상 나설 필요가 없다”고 했다.

북한의 선(先)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는 새삼스럽지 않다. 북한 당국자들이 ‘연말 시한’을 강조한 뒤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포함, 협상 재개 의사로 화답하는 등 분위기가 고조되자 막바지 압박에 들어간 듯하다. 12월 회담 재개를 기정사실화하는 기류에 제동을 건 것은 미국에 선 체제 안전 보장을 ‘새 셈법’으로 제시하라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북한은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난을 자제하는 등 공세 수위를 조절했다. 하지만 체제 안전 보장을 비핵화 협상 카드 중 하나로 여기는 미국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대선 레이스와 탄핵 논란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끌려가는 모양새를 감수할 여지도 크지 않아 보인다. 미국이 북한의 요구가 과하다고 판단할 경우 판이 깨질 수도 있는 것이다. 북한의 주장이 좀 더 현실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자기 주장만 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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