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수험생을 상대로 한 시중은행들의 대학 입시철 마케팅이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축소됐다. 수능 응시인원 감소, 마케팅 비효율성, 불확실한 고객 유치 효과 등으로 마케팅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은행권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대입 수험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시중은행은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 소수에 불과하다. 은행들이 카드사 등과 손잡고 등록금 등 푸짐한 경품을 내걸고 경쟁했던 예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KEB하나은행은 다음달 13일을 기한으로 수험생 대상 ‘수능 끝, 에버랜드에서 놀자’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수능 응시자 중 주택청약통장과 용돈관리용 입출금통장에 신규 가입하는 수험생 1만명에게 에버랜드 종일 자유이용권과 환율 우대쿠폰, 쿠폰북을 선물한다. 혜택을 받으려면 신분증과 수능 수험표를 지참해야 한다.
KB국민은행은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에 있는 문화공간 KB청춘마루에서 수험생을 포함한 10, 20대의 진로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직업 탐구생활’이란 주제로 무료 강연ㆍ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개통령 강형욱 특강(29일), 보컬 트레이닝 클래스(21ㆍ28일), 반려견 수제 간식 클래스(22ㆍ26일) 등이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앞서 두 은행이 장학금(총 1,000만원), 인공지능(AI) 스피커 등의 경품을 내걸거나(하나은행) 콘서트를 개최하며(국민은행) 대입 수험생에 공을 들였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마케팅 규모가 대폭 축소된 것이다. 더구나 다른 은행들은 별다른 수험생 특화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캠퍼스 생활과 사회 진출을 거치며 금융 활동 반경을 넓히게 될 이들을 고객으로 선점해 장기적 수익 토대를 다지고자 했던 은행권의 계산법이 변하고 있는 셈이다.
은행들의 수능 마케팅이 시들해진 이유로는 수험생 인구가 급감하면서 효과가 반감됐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한때 97만명(1999년)에 달했던 수능 응시생은 올해 49만여 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듬해 2~3월 졸업ㆍ입학 시즌이라는 마케팅 대목을 목전에 두고 11~12월 대형 이벤트로 힘을 빼는 건 효율적이지 않다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인 수험생들에게 선물을 안긴다고 해도 이들이 주거래 고객이 되리란 보장이 없는 점도 문제다. 은행권 관계자는 “수험생들이 입시를 마친 직후 일시적으로 소비를 크게 늘리는 점을 감안해 카드사 등과 손잡고 마케팅을 해왔지만, 최근 금융권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악화한 터라 그럴 여력이 줄었다”며 “수험생이 대학에 입학하면 마케팅 여부와 무관하게 학교와 제휴 관계에 있는 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삼는 경향이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k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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