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19일 저녁 각본 없는 ‘국민과의 대화’ 진행 
 노태우 전 대통령 때 첫 시작, DJ 때부터 연례화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MBC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한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 유튜브 캡처

국민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고 문 대통령이 즉석에서 답하는 ‘국민과의 대화’가 19일 오후 8시 시작됩니다. 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만큼 정책 대화를 통해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자는 취지인데요. 300명의 국민패널과 100분간 생방송으로 각본 없는 대화를 진행한답니다. 이번 토론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및 남북관계부터 한일관계, 부동산ㆍ일자리 대책, 대학 입시제도 등 외교ㆍ정치ㆍ경제 등 전반적인 분야의 이슈가 다뤄질 것으로 보여요.

전문가 패널이나 토론자 없이, 사전 각본도 없이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생생한 질문과 답변이 기대되는데요. 과거 역대 대통령들의 국민과의 대화는 어땠을까요?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0년 6월 6.29선언 3주년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으로 각계인사 120여명을 초대해 '국민과의 대화'를 갖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8년 5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임기 중 두 번째 국민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방청객끼리 싸우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텔레비전 생중계 방식으로 국민과의 대화를 처음 시도한 이는 노태우 전 대통령입니다.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한 6ㆍ29선언 3주년이었던 1990년 6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과의 대화’ 행사가 처음 개최됐죠. 국민 각계 대표 120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30여분간 진행됐다고 합니다. 질문자는 시민단체 대표, 변호사, 대학생, 은행원 등 12명으로 구성됐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중 국민과의 대화를 네 차례나 진행해 이를 연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1998년 1월 당선된 직후 열린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줍시다’라는 제목의 토론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등으로 새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관심이 컸던 때라 더욱 시선을 끌었죠. 당시 국민들의 토론 참가 신청이 줄을 이었고, PC통신 천리안은 물론 팩스, 편지 등으로도 질문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이 방송 시청률은 53.3%를 기록했습니다.

그 해 5월 두 번째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방청객끼리 싸우는 해프닝이 벌어졌는데요. 한 방청객이 “나는 득도한 사람인데 왜 발언권을 주지 않느냐”고 항의하자, 반대 입장의 다른 방청객이 맞고함을 치면서 소동이 일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청와대는 진행 방식을 개선했어요. 1999년 2월 행사에서는 여론조사기관에 질문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의뢰하는 등 꼼꼼히 사전 준비를 했죠.

2001년 3월 취임 3주년을 맞아 열린 네 번째 대화에서 김 전 대통령은 오른쪽 눈이 부은 채 나타났습니다. 과로한 탓에 눈에 실핏줄이 터지는 결막하출혈이 생긴 것인데요. 이에 청와대 일부 비서관들은 대화 연기를 건의했으나, 김 전 대통령은 “중요한 것은 국민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지 얼굴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예정대로 대화를 진행했다고 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6월 '일본 국민과의 대화'를 위해 TBS스튜디오에 도착해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2011년 9월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추석맞이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전문가들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왕태석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 ‘일본 국민과의 대화’ 등으로 형식을 확장했습니다. 2003년, 2005년 두 차례 국민과의 대화를 가진 뒤 2006년 3월 네이버, 다음 등 5개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주관한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 토론회를 열었는데요. 청와대에서 ‘양극화, 함께 풀어갑시다’라는 주제로 60분간 인터넷 생중계됐습니다.

일본 국민과의 대화는 2003년 6월 일본 민영 방송사인 TBS '한국의 대통령-솔직하게 직접 대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했습니다. 일본 대학생, 주부, 직장인 등 일본 국민 100여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은 일본관과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 쓰시마섬 해안에 몰려오는 한국쓰레기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특유의 솔직한 화법으로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해 한일 협력관계 강화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죠.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취임 6개월을 맞아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 때 ‘국민과의 대화’라는 명칭을 ‘대통령과의 대화’로 바꿨는데요. 국민의 입장으로 보면 ‘대통령과의 대화’로 칭하는 것이 옳다는 취지입니다. 이 전 대통령은 총 세 차례 국민과의 대화를 진행했어요. 2009년 1월에는 ‘용산 참사’와 관련한 입장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고, 그 해 11월에는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 문제와 4대강 관련 내용을 다뤘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국민과의 대화 자리가 없었습니다. 대신 ‘대국민 담화’ 방식을 주로 활용했어요.

대국민 담화는 사전 질문지와 답안지를 미리 준비하면서 소통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요. 박 전 대통령이 ‘불통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데도 한 몫 했죠.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과의 대화를 진행해왔습니다. 다만 ‘조국 사태’로 타격을 입고 ‘불통 정치’ 비판을 받기도 한 만큼 이번 대화 자리는 더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여야 5당 대표와의 청와대 관저 만찬 등 소통·통합 행보에 다시 힘을 실은 문 대통령이 이번 행사로 국민과의 소통 폭을 넓힐 수 있을까요. 성공 여부는 문 대통령의 진솔하고 적극적인 답변, 소통에 달려 있겠죠.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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