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이 18일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를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자리에서 강백호를 안아주고 있다. 뉴스1

“한국 야구 한번 살립시다.” 선동열 전 감독의 사퇴로 공석이 된 국가대표 전임 감독직을 제안하기 위해 올해 초 김경문 전 NC 감독을 만난 김시진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김 감독의 주저 없는 이 한 마디에 놀랐다. 선 전 감독의 사퇴 이후 대표팀 감독은 부담스러운 자리가 됐다. 게다가 김 감독이라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일군 ‘영웅’으로 남아 있었기에 잘 해야 ‘본전’인 복귀로 비쳐졌다. 또 조만간 KBO리그 감독 복귀 길이 열렸을 수도 있다.

여러 모로 고사할 것이라던 야구계의 예상을 깨고 김 전 감독은 흔쾌히 ‘독이 든 성배’를 받아 들었다. 김시진 위원장은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도중 당시 김 감독의 수락의 변을 떠올리면서 “한국 야구를 생각하는 김 감독님의 말에 참 놀랐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휘봉을 잡으면서 ‘탈 권위’를 선언했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팬ㆍ언론과 적극적인 소통을 약속했다. 기술위원회, 코치들과 월례 회동을 갖고 선수 선발에 관한 의견을 수시로 교환하면서 28명 최종엔트리 선정까지 일절 잡음 없이 순항했다. 세대교체를 천명하면서도 병역 미필자는 거의 배제했다. 대표팀 훈련을 시작하면서는 스스로 “개그맨이 되겠다”고 선언할 만큼 유연한 팀 분위기를 강조했다.

대회가 시작되면서 그라운드 안에서도 김 감독의 변신은 감지됐다. 그는 11년 전 베이징올림픽 때만 해도 다소 무모할 정도의 용병술을 썼다고 스스로 고백했다. 이제는 그렇게 과감하진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납득할 수준의 ‘안전‘ 위주의 작전을 택했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선수 선발과 기용에서도 파트별 코치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적극 수렴했다. 김 감독은 당초 반대했지만 코치들의 추천으로 승선한 선수들이 여럿 있다. 벤치에 앉혀뒀던 최정(SK)을 멕시코전에서 중용한 것도 좋은 예다. 한번 믿은 선수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김 감독의 성향이라면 주전 3루수로 허경민(두산)을 계속 썼을 테지만 장타가 필요하다는 김재현 타격코치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반면 11년 전처럼 전반전으로 제한적인 선수 운용은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박병호(키움), 양의지(두산)가 부진한 타선만 부각됐지만 마운드 역시 이영하(두산), 조상우(키움) 일변도의 불펜을 가동했다. 결승전에서 선발투수가 부진하자 1회 곧바로 내리고 6명의 현란한 불펜을 가동한 일본과 대조를 이뤘다. 김 감독은 일본과 결승전 패배 후 “모든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고 자책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에서 경험했듯, 이번에도 우승과 준우승 ‘한 끗’ 차이로 평가가 180도 달라졌을 테지만 결과를 차치하고 11년 전 ‘용장’이던 김 감독은 ‘덕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도쿄=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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