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회>대기업 속 스타트업 만든 황정섭 대표 “LG디스플레이의 VR헤드셋 생산에 도움될 것”

보고(look) 듣는다(listen)는 뜻의 영어 단어를 합쳐 사명을 지은 룩슨(looksten)은 대기업 내부에 있는 독특한 신생(스타트업) 기업이다. LG디스플레이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따라 직원 3명이 만들었지만 회계와 근무 관리 등 모든 운영을 완전히 별도로 한다. LG디스플레이의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은 초기 1년간 운영 자금을 회사에서 지원해 마음껏 하고 싶은 것을 해볼 수 있으며 실패해도 문책하지 않고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업체의 황정섭(35) 대표는 “지난해 말 사내벤처 지원프로그램에 도전해 4개팀이 선발됐다”며 “LG디스플레이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창업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LG디스플레이에서 화면이 스피커 역할을 하는 크리스털 사운드 유기발광다이오드(CSO)라는 독특한 제품을 개발하는 일을 했다. 그는 “화면이 진동판 역할을 해서 소리를 전달한다”며 “일본 소니에서 채용해 TV용으로 판매하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의 사내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룩슨의 서웅진(왼쪽부터) 책임과 황정섭 대표, 최혜옥 선임이 VR게임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의 사내 벤처로 출발

룩슨은 게임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출발은 게임에 빠진 황 대표가 지난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제안하며 시작됐다. 게임 제목은 ‘스님과 함께’. 황 대표는 “불교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며 “스님이 시주를 받아 절을 재건하는 내용의 게임”이라고 전했다. 이 게임은 지난 3월 출시됐다.

황 대표는 게임을 준비하며 평소 마음이 맞았던 동료 2명을 끌어 들였다. 미래기술 전담팀에서 소재 연구를 하던 최혜옥(30) 선임과 화질개발실에서 화질 평가를 담당하던 서웅진(32) 책임이다. 이렇게 3명이 룩슨의 전체 직원이다.

어려서 게임 개발이 꿈이었던 황 대표는 게임을 만들려고 한국외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했고 대학은 중앙대 게임 연구실로 진학해 게임 개발과 영상처리를 공부한 뒤 게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대학원 졸업 후 유명 게임 개발사에 합격했지만 단순 하청업자처럼 일하는 개발자들을 보고 너무 좁은 영역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어 포기했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처음부터 현재보다 미래에 성공할 게임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LG디스플레이에 면접을 볼 때 “게임을 개발하고 싶어 지원했다”고 밝혀서 면접관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는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그래픽과 이를 보여주는 화면(디스플레이)”이라며 “그런 점에서 디스플레이를 잘 아는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고 털어 놓았다.

대학에서 화학신소재공학을 전공한 최 선임은 “새로운 기술에 관심이 많았고 평소 방 탈출 게임을 좋아해 관련 카페에 자주 다녀서 합류하게 됐다”며 “앞으로 교육용 게임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고분자공학을 전공한 서 책임은 “원래 부자가 되는 것이 목표여서 돈 많이 버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며 웃었다.

룩슨의 황정섭(오른쪽에서 두 번째) 대표가 VR 헤드세트를 착용한 다른 이용자와 함께 VR 게임을 시험해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차세대 판도를 뒤집을 게임은 VR게임”

룩슨이 미래를 겨냥해 개발한 게임은 9월에 완성한 가상현실(VR) 게임이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제목의 이 게임은 갇혀 있는 공간에서 단서를 찾아 빠져 나오는 방 탈출 카페를 VR로 옮겼다. 가까운 미래에 주인공 로봇이 도구가 되는 손을 자유롭게 바꿔 끼우며 단서를 찾아 방을 빠져나가는 내용이다.

컴퓨터(PC)용으로 나온 이 게임은 다른 VR게임처럼 헤드세트를 끼고 즐길 수 있다. 황 대표는 “시중에 나와 있는 PC용 VR 헤드세트는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며 “인터넷에서 게임을 내려 받는 사이트인 스팀을 통해 게임을 무료 배포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게임 기획을 맡았고 최 선임이 그래픽 및 해외 현지화 작업, 서 책임이 게임 개발을 담당했다. 이를 위해 서 선임은 업무를 마친 뒤 틈틈히 게임 프로그래밍 공부를 했다. 최 선임은 “VR 게임 시장이 한국은 약해서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해 만들었다”며 “외국인도 무난하게 즐기도록 우리말 외에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국어로 음성을 녹음하고 자막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해외에서 반응이 좋았다. 최 선임은 “게임을 내놓은 지 1개월 조금 넘었는데 스팀에서 3,500회 정도의 내려받기 횟수를 기록했다”며 “미국과 유럽쪽에서 많이 내려 받았다”고 자랑했다.

룩슨이 VR 게임 개발을 주요 사업으로 택한 이유는 LG디스플레이에 축적된 VR 기술 때문이다. 황 대표는 “10년치 이상의 VR 관련 인지 평가 경험이 쌓여 있다”며 “VR 게임에서 자막이 눈에 잘 보이도록 글자 크기를 최적화하고 멀미가 나지 않게 만드는 방법 등을 잘 알아 이런 문제들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룩슨은 VR 게임을 내세워 한국 게임의 세계 1위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황 대표는 “지금은 국산 게임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리그 오브 레전드’ 등 외산 게임에 밀려 났다”며 “한국 게임이 다시 세계 1위를 탈환한다면 차세대 플랫폼에서 승부가 날 것으로 봤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바로 VR이다.

룩슨은 이 게임의 가능성을 보기 위해 9월에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쿄게임쇼에도 출품했다. 황 대표는 “우리 게임을 해보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두 시간씩 기다릴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며 “돈 받고 팔라는 조언까지 들었다”고 전했다.

그만큼 게임의 성공을 자신하는 이들은 27일에 LG디스플레이의 내부 평가를 받는다. 황 대표는 “좋은 평가를 받으면 LG디스플레이에서 지분투자를 하고 분사하게 된다”며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으면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당연히 룩슨 직원들은 분사를 꿈꾼다. “게임을 처음 만들어 보는 사람들이 1년 안에 VR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며 “이를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분사 가능성이 높다”고 자평했다.

이미 이들은 후속 게임까지 기획했다. 황 대표는 “방 탈출 게임에 새로운 배경과 과제, 캐릭터를 계속 개발해 내년에 4개 게임을 추가로 붙일 것”이라며 “마치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처럼 이어지는 다음 게임이 2,3개월 안에 나올 수 있다”고 장담했다. 시리즈로 이어지는 게임에 대해서는 유료화도 생각하고 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겸 스타트업랩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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